김교식 기자
ntaro@alphabiz.co.kr | 2025-05-07 08:40:41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폴란드 바르샤바 지점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행장은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르샤바 지점이 재건 사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폴란드 남부 카토비체에 사무소를 개설한 지 8년 만인 올해 3월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정식 지점을 열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중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점을 운영하는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바르샤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방산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현지 법인이 진출해 있다. 우리은행은 이들 기업에 더해 수자원공사 금융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 행장은 "국내 기업을 위한 금융 서비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 은행 지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영업에 전문성을 갖춘 정 행장은 수자원공사의 발주를 통한 중소기업들의 우크라이나 진출에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물관리를 잘하는 나라가 드물고, 수자원공사가 굉장한 역할을 한다"며 "동남아 쪽 댐도 다 수자원공사가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자원공사가 실제로 재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에 발주를 주고 주문하면서 함께 우크라이나에 진출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의 대출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정 행장은 "물 산업은 기간 산업으로 제조업과 다르다"며 "지속 가능한 사업이고, 앞으로 굉장히 오랫동안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시절부터 폴란드 사업을 추진해왔다.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수자원공사와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재건 사업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중 가장 경쟁적인 산업이 물 산업이라고 생각해 우크라이나 옆에 위치한 폴란드에 진출했다"며 "주택이나 산업 공단을 만들어도 물 관리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댐 관리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그룹 담당 부행장이던 지난해 초 물관리 분야 중소기업 저리 대출 지원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수자원공사와 체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정 행장은 이번 출장에서 밀라노에 이어 바르샤바를 직접 방문한다. 현지 지점을 첫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수자원공사 관계자들도 별도로 만날 예정이다.
"향후 한국 본점 및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협업을 통해 폴란드뿐 아니라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 지상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해 국내 기업과의 동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현지 고객 대상 금융서비스 다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바르샤바 지점에 관리자급으로 채용된 마테우시 오르디크(47) 변호사의 외고조부가 대한제국 시절 경무청 경무관을 지낸 김병준이라고 소개했다. 고인이 일제강점기 러시아로 이주한 뒤 후손들이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퍼져나갔고, 오르디크 변호사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성장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정 행장은 "저도 독특한 이력에 깜짝 놀랐다"며 "(조상의 나라에) 그런 애정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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