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나 기자
star@alphabiz.co.kr | 2025-09-17 08:44:53
[알파경제=김다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며 통화정책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정치권을 향해 구조개혁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총재는 16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주최로 열린 '통화정책과 구조개혁' 특강에서 최근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2.50%로 동결한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한두 달 미뤄도 경기를 잡는 데는 큰 영향이 없는데, 금리 인하 시그널로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더 고생한다"면서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에 불을 지르지 않겠다는 철학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한 것을 두고 "위기 상황이라기보단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금융정책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구조가 개혁되지 않는다"며 "큰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채무비율 상승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경기가 안 좋아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계속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논의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생기는 이익은 잘 안 보이는데 화폐제도를 흔드는 면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든다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침투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가 먼저 발행하면 '스테이블코인 G2'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공포마케팅"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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