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신·중국 밀착…샹그릴라 회의 뒤덮은 ASEAN의 고민

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6-01 09:43:30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 이른바 샹그릴라 회의가 31일 폐막했다. 중동 정세 대응에 힘을 쏟는 미국은 우방국에 더 큰 안보 책임 분담을 요구했지만, 아시아 현안을 둘러싼 논의는 깊어지지 않았다. 남중국해 문제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이탈 우려가 회의장을 채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이 1일 전했다.


일본·중국·한국과 ASEAN, 미국·유럽 등 60개국·지역의 국방 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한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발언도 나왔다. 말레이시아의 칼레도 국방부 장관은 31일 미국은 각국의 다양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전날 연설에서 동맹국과 파트너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까지 올리라고 요구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칼레도 장관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교육과 보건, 산업 등 다른 분야에도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태국 전문가들은 헤그세스 장관 연설 뒤 질의응답에서 무역으로 큰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태국인의 대미 여론은 좋지 않다고 전했다고 했다.

회의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이 서반구와 중동에 쏠리면서 아시아에서 미군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일부 참석자는 그 결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을 억제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헤그세스 장관은 남중국해 등 미중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관여가 더 약해질 것으로 보고 ASEAN을 향한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4월 캄보디아와 처음으로 외무·국방 담당 장관 회의인 ‘2플러스2’를 열었고, 베트남과는 3월 공안부 장관까지 포함한 ‘3플러스3’을 처음 개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관세 정책은 중국과 ASEAN의 경제적 유대도 더 두텁게 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5년 ASEAN과의 무역액은 전년보다 7% 늘어 처음으로 1조 달러에 도달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둔화하는 사이 ASEAN 대상 수출은 13% 증가했다. 베트남에 대한 신규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도 중국은 승인 기준 약 30%, 50억 달러 이상을 차지해 일본의 3배를 웃돌았다.

중국과의 협력에 실리를 본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베트남의 토 람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29일 질의응답에서 중베트남의 ‘3플러스3’ 출범이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동티모르의 라모스홀타 대통령은 30일 소국이 강대국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데 중국은 새로운 선택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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