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6-05 08:35:37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금융상품 총 6000억원 중 2500억원 이상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하나증권이 충분한 설명 없이 복잡한 자산유동화 상품을 단순한 명칭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4일 하나증권 압구정지점 앞에서는 피해자들의 항의 집회가 벌어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4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관련 단기금융상품들의 상환이 불투명해졌다.
이 중 하나증권을 통해 판매된 기업어음(CP) 약 1160억원, 전자단기사채(STB) 약 780억원, ABSTB 약 4019억원 등 상당 규모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분산 판매됐다.
시위에 참석한 피해자들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홈플러스 전단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만 소개하며 문자 메시지 위주의 비대면 판매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 PB는 ABSTB의 복잡한 구조나 위험성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홈플러스 전단체'라는 용어를 반복 사용했다.
한 피해자는 "ABSTB가 뭔지, CP가 뭔지 전혀 설명받지 못했다"며 "그냥 홈플러스 전단체, 신용보강 홈플러스 이런 식의 문자만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역시 "노후 대비 자금 2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상품이 자산유동화 구조의 비상장 채권이라는 설명은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믿고 맡겼던 증권사인데 팔고 나니 책임은 없다는 태도"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ABSTB는 홈플러스가 신용카드사에 지급할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복잡한 구조의 금융상품이다.
신영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하고 하나증권 등이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홈플러스의 신용도와 직결되는 고위험 상품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러한 구조적 특성에 대한 설명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
또 피해자들은 PB가 홈플러스 상품 판매로 얻은 수수료를 자랑하며 "자기 수수료로 집을 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PB는 하나증권 압구정지점에서 홈플러스 관련 상품을 수백억원 규모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를 운영하는 한 피해자는 "몇 년간 거래해온 PB를 믿고 회사 자금을 투자했는데, 3개월짜리 단기상품이라고 해서 안심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과 한마디 없이 월급만 받아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피해자는 "우리는 지금 원금 손실 걱정에 하루하루 두려워하는데, 그 사람은 수수료로 먹을 거 다 먹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ABSTB 판매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연 1-2% 수준으로, 수백억원 규모 판매 시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수수료율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안내됐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하나증권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판매 과정에서 한 번은 내방하거나 접촉해서 가입해야 하는 방식"이라며 "가입하는 설명서에 모든 내용이 나와 있고, 프로세스에 따라 설명서를 교부하며 모든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피해자는 "내점에서 사인하지도 않고 우편으로 받아서 우편으로 도장 찍어서 보내는 방식으로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자 2개만 받고 가입이 들어간 상태"라며 "설명을 들을 시간도 없었고, 실제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이 홈플러스 관련 단기금융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증권사라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체 6000억원 중 2500억원 이상을 리테일 채널로 판매한 규모는 업계에서 단연 최대다.
피해자들은 "가장 많은 수수료를 챙긴 하나증권이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연일 하나증권 압구정지점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일부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보상에 나선 전례를 들며 유사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현재 사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당국에서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만큼, 저희도 피해자분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홈플러스 관련 단기금융상품의 판매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및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 민원과 집단소송 등 다각도의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며, 하나증권에 대한 거리 시위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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