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장관은 ‘기름’ 구하려 뛰는데 과장은 ‘상급 좌석’ 올리기 바쁜 나라

산업부 비위, 단순 일탈 아닌 관료 기강 해이의 경종
대통령만 바라보는 ‘상명하달’ 행정이 낳은 실무 사각지대

김상진 대표기자

ceo@alphabiz.co.kr | 2026-04-21 08:43:37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상진 대표기자] 전쟁의 포화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책임져야 할 산업통상자원부의 현주소가 참담하다.


미국발 관세 압박이라는 거대한 파고와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석유 파동 속에서, 수장인 김정관 장관은 전 세계를 동분서주하며 초장거리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의 실무 총책인 과장급 공무원은 국가 경제의 혈맥을 잇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관의 뒤편에서 국민 세금으로 ‘고관대작 놀이’에 심취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적발된 산업부 과장의 행태는 경악스럽다. 규정을 어긴 항공권 좌석 등급 상향과 허위 병가를 이용한 해외여행 그리고 부하 직원을 향한 사적 심부름과 인사 보복까지.

이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정부 부처 내부 관리 체계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사진=연합뉴스)


◇ ​빙산의 일각이 주는 공포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공무원의 운 나빠 걸린 일탈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경제 전쟁을 선포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는 부처가 내부적으로는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공직 사회 전반에 퍼진 기강 해이가 임계점을 넘었음을 시사한다.

​장관이 미국과 중동을 오가면서 국익을 위해 뛰는 동안, 그를 보좌하고 실무를 챙겨야 할 과장급 관료가 감시망을 피해 제 잇속을 챙겼다.

이미 현장 실무급에서 지휘 사령탑의 영이 서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 등판’만 기다리는 관료주의의 역습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서는 꾸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거나 현안으로 챙기는 최우선 과제에만 각 부처의 역량이 집중되고 있었다. 반면 통상적인 업무나 관리 감독은 방치되는 업무 편중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통령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과도할 정도로 매달리면서도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행정 현장이나 부처 내부의 기강은 사각지대로 남겨두는 구조다.

이번 산업부 사건은 앞서 언급된 국정 운영 방식이 가져온 전형적인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정부부처 정책 실무진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않는 일은 적당히 넘어가도 된다"는 식의 안일함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진=연합뉴스)

◇ ​기강 확립, 말뿐인 구호로 안 된다

​산업부는 해당 직원을 징계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고 밝혔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처방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인 징계가 아니라, 국정 동력이 말단 조직까지 제대로 스며들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다.

​장관이 석유 한 방울을 구하려 이리저리 뛰는 동안 내부 실무 책임자가 세금으로 ‘비지니스석’의 안락함을 누리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이번 사건을 정부 전체의 기강을 바로잡는 최후의 경고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하는 정부'는 화려한 정상외교나 굵직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공직자들의 성실함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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