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6-05-29 08:49:19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원청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만 각각 47%와 72%라는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금고에 수십조 원을 채운 대기업 안에서는 직원 한 명당 많게는 6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두고 때아닌 돈잔치가 한창이다. 평범한 노동자로서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액수다.
그러나 화려한 축포가 터지는 담장 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풍경은 참혹한 흑백으로 바뀐다.
천문학적인 부의 이면에는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흘린 짙은 피눈물이 고여 있다.
◇ 초호황에도 16%는 적자…허상으로 드러난 ‘낙수효과’
수치는 현실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가총액 5000억 원이 넘는 굵직한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80여 곳의 성적표를 뜯어보니 절반이 넘는 기업이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이 엄청난 호황기에도 16%가 넘는 업체는 적자 수렁에 빠져 있다.
원청이 이윤을 싹쓸이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릴 때 산업의 모세혈관인 하청업체들은 고환율과 고물가 속에 서서히 말라 죽어간다.
위에서 넘친 부가 아래를 고루 적신다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얼마나 기만적인 헛소리인지 뼈아프게 증명하는 대목이다.
◇ 단가 후려치고 기술 뺏고…껍데기뿐인 ‘상생’
대기업 구매 담당자들의 으뜸가는 평가 기준이 ‘협력사 납품 단가를 얼마나 후려쳤는가’에 맞춰져 있다는 현장의 증언은 우리 산업 생태계가 품은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단가 10% 삭감을 기정사실로 들이밀고, 국내 협력사를 외국 장비 업체의 단가를 낮추려 일회성 불쏘시개로 쓰고 버리기 일쑤다.
대기업이 부리는 횡포는 단가를 깎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하청업체가 밤낮없이 피땀 흘려 일군 핵심 기술마저 원청이 교묘하게 빼앗는 짓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최소한의 이윤마저 통제당하고 기술마저 빼앗기는 척박한 땅에서 중소기업이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훌륭한 인재를 품을 여력이 생길 리 없다.
겉으로는 상생과 동반 성장을 그럴듯하게 외치면서 뒤로는 협력사의 고혈을 빨아 원청의 배만 불린다.
이것이 국가 핵심 산업이라 추앙받는 한국 반도체의 씁쓸한 맨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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