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희민號 포스코이앤씨, 올해만 네 번째 사망사고…안전관리 리더십 '의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이재명 대통령까지 분노
광명터널 붕괴 사고 이후에도 되풀이되는 참사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7-30 08:34:51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시공능력 7위 대형 건설사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분노를 쏟아냈다.

특히 4월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에서 작업중지 권고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했던 안전불감증이 3개월 만에 또다시 사망사고로 이어지면서 포스코이앤씨의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이재명 대통령까지 분노

지난 28일 오후 경남 의령군 함양~울산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70세 근로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발생한 네 번째 사망사고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회사에서 올해 들어 다섯 번째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며 "5명이 일하러 갔다가 돌아가셨다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인데 예상할 수 있는 것을 방어하지 않고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며 "'죽어도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생각한 결과가 아닌지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살자고,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 아니냐"는 대통령의 발언은 현장의 절망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강력한 어조로 포스코이앤씨를 질타했다.

그는 "앞서 세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해 집중 감독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본사 및 CEO의 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즉각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29일부터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시공 중인 전국 65개 현장 모두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감독을 불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김 장관은 "일벌백계 관점에서 엄정히 수사하고, 현장 불시감독과 본사 감독을 통해 사고가 반복되는 구조적이고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3일 구조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4월 광명터널 붕괴, 권고 무시 8시간 후 참사

포스코이앤씨의 안전불감증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은 4월 11일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였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8시간 전인 같은 날 오전 7시에 포스코이앤씨에 작업중지 권고를 구두로 전달하고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포스코이앤씨는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했다. 결국 같은 날 오후 3시 13분 터널이 붕괴하면서 50대 근로자 1명이 매몰돼 사망했다.

특히 사고 전날인 4월 10일 오후 9시 50분 이미 '투아치 터널 중앙 기둥 파손'이 확인됐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작업을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이 사고로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는 4월 25일 포스코이앤씨 본사를 압수수색했고, 6월 9일 포스코이앤씨 관계자 등 5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중대재해 근절대책 토론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대재해처벌법도 막지 못한 3년간 총 8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이후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8건에 달한다.

올해만 해도 1월 16일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4월 21일 대구 중구 주상복합 신축현장 추락사고까지 포함해 4건이 연이어 터졌다.

중처법 시행 이전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도 포스코이앤씨는 총 15건의 사망사고로 18명이 사망해 건설업계 내 5위를 기록했었다. 법적 제재가 강화됐음에도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

포스코이앤씨는 그동안 AI, IoT, VR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세이프티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연이어 발생한 사고는 이러한 기술적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이앤씨의 사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회사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걸친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2016년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에서는 작업환경 일지를 사후 조작한 사실까지 밝혀져 안전관리 체계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했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사진=포스코이앤씨)


◇ 정희민 대표 취임 7개월, 구호만 남은 '안전 최우선'

2024년 12월 취임한 정희민 대표는 건축 전문가로 내부 승진한 인물이다. 그러나 취임 7개월 만에 신안산선과 대구 주상복합 현장에서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에 의령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가 제시한 '안전 최우선 경영'은 허울뿐인 구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임 전중선 대표 역시 포스코그룹의 재무·전략 전문가였지만 건설 분야 경험 부족으로 다수의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피해다. 포스코이앤씨의 사망사고는 대부분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발생하고 있어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감독 부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건설업계의 다단계 하청 구조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공사 현장을 가면 하청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청의 하청, 4~5번 하청이 되면서 원도급 금액의 절반 정도로 실제 공사가 이뤄지니 안전 시설이나 안전 조치를 할 수 없다"며 "법으로 금지된 것인데 방치돼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6년 남양주 폭발사고에서는 공사 자격이 없는 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법적 자격이 없는 현장 대리인을 배치하는 등 기본적인 관리체계조차 무너진 상태였다.

연이은 중대재해로 포스코이앤씨의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는 향후 수주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러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가 조사되고 있으며,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실적 개선에 집중하면서 현장 안전관리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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