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3-16 10:02:40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의하면 일본의 주요 음료 기업인 삿포로홀딩스(HD)가 자동판매기 사업에서 전격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정가 판매가 가능해 핵심 수익원으로 꼽혔던 자판기 사업은 최근 시장 규모 축소와 운영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번 결정은 설치 대수 확대를 통해 성장을 꾀하던 기존 자판기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하며, 업계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삿포로HD 산하의 포카삿포로 푸드&비버리지는 자사 자판기 사업을 라이프드링크 컴퍼니(LDC)(2585 JP)에 매각한다. LDC는 오는 3월 중 사업 인수를 위한 완전 자회사를 설립하고, 10월경 포카삿포로 자회사의 자판기 사업을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삿포로HD는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 중이며, 2025년 12월에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앞두고 있다. 포카삿포로는 향후 고수익이 기대되는 레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번 매각으로 포카삿포로가 보유한 약 4만 대의 자판기는 LDC의 관할로 넘어간다. LDC는 소수 품목의 음료를 대량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점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생산 거점을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있다. 자판기 사업에 종사하던 포카삿포로 자회사 직원 약 300명도 LDC 산하 법인으로 소속이 변경될 전망이다.
일본 음료 업계에서는 자판기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잇따르고 있다. 다이도그룹홀딩스(GHD) (2590 JP)는 2026년 1월기 결산에서 298억 엔의 손상차손을 계상했다. 전체 판매량의 86%를 자판기에 의존하는 다이도GHD는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전국 27만 대의 자판기 중 부실 기기 2만 대를 철거하기로 했다.
코카콜라 보틀러즈 재팬 홀딩스(2579 JP) 역시 자판기 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재평가하고 관련 자산의 장부가치를 대폭 낮추는 손상 처리를 단행했다. 이 조치에는 영업소와 지점의 토지 및 건물 등 자판기 운영과 관련된 모든 자산이 포함됐다. 이토엔(2593 JP) 또한 오는 5월 자판기 사업을 자회사인 네오스로 이관하여 운영 효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음료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판기 시장의 구조적 쇠퇴를 반영한다. 음료총연의 조사에 따르면 자판기 시장의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자판기는 ‘설치만 하면 팔린다’는 인식이 강한 안정적 수익원이었으나, 최근 원재료비와 물류비 상승은 물론 상품 보충과 대금 회수를 담당할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위기를 맞았다. 명확한 전략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된 확장 노선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음료 유통 시장은 대형 마트의 구매력이 강화되면서 제조사가 소매점에 판매 장려금을 지급하며 저가 판매를 강요받는 구조다.
반면 자판기는 운영 관리비, 장소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가격 인하가 어렵다. 또한 저가 전략이 반드시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특수성도 지니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코카콜라 보틀러즈 재팬은 수익성이 검증된 입지를 중심으로 신규 설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가격 인상과 입지 선정 도구 도입 등을 통해 2026년 12월기에는 전년 대비 93억 엔 증가한 206억 엔의 부문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토리 식품 인터내셔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품 구성과 배치 최적화를 추진 중이며, 자판기 전용 결제 앱인 ‘지한피’를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음료총연 관계자는 “자판기의 미래는 판매 가격 설정과 운영 효율화에 달려 있다”며 “매장에서는 경쟁 관계인 기업들이 자판기 운영 업무를 통합한다면 비용 절감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자판기 자체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인 점포의 원형인 자판기는 최근 냉동식품을 취급하는 등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운영 관리의 효율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음료 제조사들의 비즈니스 모델 변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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