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30년대 핵융합 발전 실증 로드맵 수립

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3-16 09:18:08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의하면 일본 정부가 올여름 성장 전략 수립을 앞두고 2030년대 핵융합 발전 실증을 목표로 한 구체적인 공정표 마련에 착수했다. 미래 사회의 청사진으로부터 역산하여 실현 방안을 검토 중이나, 핵융합은 예측이 극도로 어려운 ‘복잡계’ 기술이라는 점에서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거대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효율성 확보가 정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섭씨 1억 도 이상의 극한 환경에서 연료의 원자핵이 융합할 때 발생하는 방대한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실현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25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핵융합 발전의 경제적 효과는 2100년경 최대 700조 엔(약 6,3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히며, 해외 연구 시설에서 플라즈마를 1,000초 이상 유지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안정적인 연료 공급과 열 추출을 통한 발전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핵융합 기술의 난해함에 대해 내각부 대형 연구 사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요시다 젠쇼 도쿄대학교 특임교수는 “핵융합은 극한 환경을 다루는 다양한 기술로 구성된 복잡계”라고 정의했다. 요시다 교수는 이어 “기존 기술을 단순히 조합한다고 해서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장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핵융합의 이론적 방정식은 이미 정립되어 있으나, 이를 완벽히 풀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조건이 미세하게 변하더라도 결과값이 완전히 달라지는 특성 때문에 예측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의 연소 과정 등에서도 유사한 복잡계 문제가 발생하지만, 이는 수많은 시제품 제작과 실험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

반면 핵융합은 막대한 비용 문제로 인해 반복적인 시제품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조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기 위해 거대 규모로 설계되었다. ITER는 건설에만 10년 이상의 기간과 2조 엔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나, 부품 제조와 조립의 난이도로 인해 전체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들은 ITER보다 작은 규모의 로(爐)를 통해 핵융합을 실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다만 장치의 규모를 줄일수록 요구되는 예측 정밀도는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각 기업은 이른바 ‘혁신적 기술’ 도입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실증 단계에서의 성과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대감으로 인해 스타트업에는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개발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중국은 정부 주도로 대규모 실험 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민간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일본은 정부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재정 부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는 미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을 고려한 발전 실증 플랜트의 총 건설비를 약 5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 미만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향후 일본의 투자 규모 설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망이 불투명한 거대 과학의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의 자금을 투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기술적 돌파구의 조짐이 보일 경우 개발 계획을 유연하게 수정해야 하며, 경쟁력이 없는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 당분간은 폭넓은 기초 연구 투자가 필요하지만, 전체 시스템의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선별해내는 안목과 유연한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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