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CJ대한통운 물류센터서 또 사망사고…'27억 연봉' 신영수 대표 책임론 확산

후진 차량에 끼여 숨진 70대...경찰, 안전관리 전반 조사 착수
CJ대한통운, 물류3사 중 산재 최다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0-22 08:28:38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사진=CJ그룹)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70대 화물차 기사가 후진 차량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5일 밤 경기 광주시 초월읍 CJ대한통운 곤지암 물류센터에서 12톤 화물차를 후진하던 50대 기사 A씨가 자신의 차량을 점검하던 70대 B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벌어진 참사다.

업계 1위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이 지난해에만 7건의 산재를 기록하며 물류3사 중 가장 많은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구조적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신영수 대표는 지난해 27억 2400만 원의 보수를 받으며 '2030년 글로벌 톱10 물류기업'을 외쳤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 후진 차량에 끼여 숨진 70대...경찰, 안전관리 전반 조사 착수

지난 15일 오후 9시 30분께 B씨는 자신의 6.5톤 화물차를 점검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 앉아 있었다.

그때 물건을 싣기 위해 후진하던 A씨의 12톤 화물차가 다가왔고, B씨는 화물차와 데크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단순 교통사고로만 처리하지 않고 CJ대한통운의 사업장 안전관리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류센터 내 근로자 사고 예방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물류센터 특성상 상하차 차량과 인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만큼, 운전자와 근로자의 동선 분리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J대한통운 터미널에 배송 차량들이 주차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27억 받은 신영수 대표..."글로벌 톱10" 외치며 현장은 외면

신영수 대표는 2024년 임원 보수로 27억 2400만 원을 받았다. 급여만 8억 8200만 원이었고, 상여 및 각종 인센티브로 18억 4000만 원을 추가로 수령했다.

CJ대한통운의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5% 증가한 덕분이다.

신 대표는 지난 8월 타운홀 미팅에서 "2030년 창립 100주년에는 글로벌 톱10 물류기업으로 거듭나자"고 선언했다.

그는 "초격차 기술을 글로벌로 이식해 고객사 물류 생산성 극대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강조하며 화려한 미래를 제시했다.

CJ대한통운은 2023년 'EHS(환경·보건·안전)상황실'을 업계 최초로 구축하는 등 '스마트 안전관리'를 홍보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경쟁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산재를 큰 폭으로 줄이는 동안, CJ대한통운은 2023년과 2024년 모두 7건의 산재를 기록하며 지난해 '산재 최다 발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1년 정부·여당·택배노사가 참여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도 형식적으로만 이행됐다. 한국노총은 매년 8월 14일 '택배 없는 날' 하루만 의무 휴무로 지정했을 뿐, 주5일 근무 보장이나 실질적 휴식권 확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지난 1월부터 '주7일 배송'을 본격화하고 7월에는 전국 134개 읍면 지역까지 확대했다.

한국노총은 "CJ대한통운이 주7일 배송을 확대하면서도 추가 인력은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며 "이번 택배기사들의 사망사고는 이러한 무리한 확대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가 글로벌 도약을 외치는 동안,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 27억을 받는 CEO와 죽어가는 노동자 사이의 괴리가 이보다 극명할 수 없다.
 

인천 계양구 서운동 CJ대한통운택배 강서B터미널에서 직원들이 배송 품목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책임 떠넘기는 CJ…하청 구조의 그늘

2021년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판정했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 법원도 모두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회사 측은 "2심 판결은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상고했다.

CJ대한통운의 안전 문제는 원청-대리점-택배기사로 이어지는 3단계 하청 구조에서 비롯된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은 "대리점과 택배노조 간 갈등"이라며 개입에 선을 긋고, 대리점은 영세한 운영 여건상 안전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반복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이 경영진의 안전 투자 미흡과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가 직접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신영수 대표가 27억을 받으며 글로벌 톱10을 외치는 동안, 그가 취임한 이후에도 반복되는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CJ대한통운과 신 대표에 대한 책임 추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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