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동차업계, 반도체 공급망 시각화 시스템 구축

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2-19 09:47:10

(사진=도요타)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의하면 일본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고질적인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재고와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도요타자동차(7203 JP)와 혼다(7267 JP)를 포함한 일본 자동차 대기업들은 오는 4월부터 루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등 약 20개 주요 반도체 제조사와 협력하여 차량용 반도체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기반을 본격 가동한다. 

 

일본자동차공업회(JAMA)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특정 국가의 공급 제한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생산지를 즉각 특정하고 대체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한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최첨단 성능보다 안전성과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특성상, 1970년대와 80년대에 도입된 노후 설비에서 생산된 제품이 여전히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구형 반도체는 대체품을 찾기 어렵고 조달 지연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미쓰베 토시히로 일본자동차공업회 부회장(혼다 사장)은 "과거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부분이 이제는 강점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번 시스템 구축의 의의를 강조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시스템은 비상시 대응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이 길어진 노후 반도체의 현황을 시각화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제조사들은 생산 효율이 떨어지거나 단종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비추천품'으로 분류하여 표시하고, 자동차 제조사가 신형 반도체로 적기에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자동차 산업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소비자 가전과 달리 구형 반도체 채택 비율이 높다. 오랜 기간 검증된 안전 실적이 선택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자동차공업회 관계자는 "현재 1970년대 라인에서 생산되는 반도체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어 공급 상황이 위태로운 외줄 타기와 같다"고 현장의 고충을 전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신형 제품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기존 구형 라인의 생산량은 점진적으로 축소되어 갑작스러운 재고 고갈 위험이 상존해 왔다.

공급망의 복잡성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들은 하청 부품업체가 정확히 어떤 반도체를 사용하는지 전체적인 지도를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업계는 이번 시각화 시스템을 통해 구형 반도체를 단계적으로 일소함으로써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생산 차질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보 공개의 투명성도 강화된다. 일본자동차공업회는 2025년 가을, 차량용 반도체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반도체가 탑재된 전자 부품의 이용 정보를 부품 제조업체에 적절히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닛산자동차(7201 JP) 측은 "기존 부품의 확대 채용이나 변경 사항에 대해 거래처 통보가 미흡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도록 정보 공유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도 맞닿아 있다. 2025년 가을, 중국 자본 계열의 반도체 제조사인 넥스페리아의 출하 중단 사태로 인해 혼다와 닛산이 감산을 피하지 못했던 사례는 업계에 큰 경종을 울렸다. 

 

반도체가 경제 안보의 핵심 물자로 부상함에 따라, 일본 자동차 업계는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산업 전체의 경계를 허무는 협력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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