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7-28 08:24:57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순이익 10조원을 처음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21조원에 달하는 이자이익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한번 "이자놀이" 비판을 제기하면서 기록적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조3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9조3526억원보다 10.4% 늘어난 규모다. 반기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성과다.
지주별로는 KB금융이 3조4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급증하며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3조374억원(10.6%), 하나금융은 2조3010억원(11.2%)으로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우리금융은 1분기 실적에 명예퇴직 비용이 반영되며 상반기 순이익(1조5513억원)은 전년 대비 11.6% 감소했다. 그러나 2분기 순이익(9346억원)만 놓고 보면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의 이면에는 여전히 '이자 장사'에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1조924억원에 달해 전체 영업수익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비이자이익이 7조2122억원으로 7.2% 증가했지만, 여전히 이자이익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 여전한 '이자 장사' 의존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20조7720억원보다 1.4% 증가한 수치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견고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자이익 증가의 배경에는 은행들의 치밀한 '마진 관리' 전략이 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급증한 점이 이자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자이익 의존도는 정치권의 강한 비판을 불러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내 금융기관들도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권이 내세우는 '비이자이익 확대'도 본질적 한계를 드러냈다.
신한금융의 경우 2분기 순수수료이익이 분기 기준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이자이익 5조7188억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KB금융도 비이자이익이 10.9% 증가했지만 이자이익 6조3687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은행업의 본질적 특성상 이자이익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상생' 압박 vs '주주환원' 딜레마
10조원 돌파라는 화려한 성과가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놀이" 발언이 금융권에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금융 횡재세 도입을 적극 추진했던 인물이다.
민주당은 2023년 11월 금융회사가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을 경우 초과분의 40%를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55명의 야당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4대금융지주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KB금융은 3조100억원, 신한금융은 연간 2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약속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2000억원, 16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 하반기 '이익 절벽' 경고등
금융권이 누린 이자이익 호황이 2025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4대 금융의 올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82%로 작년 2분기(1.86%)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말(1.96%) 이후 내리막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가 떨어졌음에도 정기예금 등 조달비용 감소가 제한적이어서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NIM 하락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목표가 절반으로 축소된 상황에서 이자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하반기부터는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금융지주들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자이익을 대체할 만한 수익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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