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속 미사일 고갈, 日의 역할 급부상

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3-16 09:16:58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는 중동 지역에서 방공 미사일 수요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미군은 이란의 미사일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요격 미사일을 대량 소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비축분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주둔 전력을 재배치하는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투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이 미사일 생산 및 후방 지원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은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다양한 타격 수단을 동원해 보복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샤헤드-136' 공격형 드론은 저비용 고효율의 위협으로 부상하며 방공망에 부하를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까지 약 700발의 탄도미사일과 2,100대 이상의 샤헤드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동 국가들은 패트리엇(Patriot)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등 미국제 방공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상공에서 가해지는 위협을 막기 위해 해당 체계를 주력으로 운용 중이다. 그러나 소모 속도가 생산 속도를 압도하면서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록히드마틴과 패트리엇의 최신형인 'PAC-3 MSE' 제조 물량을 연간 600발에서 2,000발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향후 7년을 내다본 장기 목표로, 당장 전장에 투입할 물량을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동 외 지역에 배치된 전력을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 억제력을 위해 요격 미사일이 배치된 한국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올랐다. 한국은 자체 미사일 외에도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패트리엇과 사드 체계에 방어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군이 방공 미사일 수송을 시작했다는 정황이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미 육군의 사드 체계는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조기에 요격할 수 있어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이를 이란 대응 전력으로 전환 배치할 경우, 한반도의 방위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반면 일본의 상황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주일미군은 해병대 중심의 편제를 갖추고 있으며, 미사일 방어는 주로 일본 자위대가 담당하고 있다. 항공자위대의 패트리엇과 육상자위대의 03식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중SAM)이 주축이다. 미군이 일본 내에서 직접 패트리엇을 운용하는 곳은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 정도로 제한적이다.

일본은 자체 방공망을 갖추고 있어 미군 전력 이동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대신 일본에 요구되는 역할은 미사일 제조를 통한 미국의 후방 지원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 기업의 허가를 받아 생산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2025년 11월까지 수출하기로 한 실적이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미군의 재고를 보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의 방위 장비 이전 삼원칙 운용 지침은 라이선스 제품을 제3국에 제공할 때 일본의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봄 살상 능력이 있는 장비의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할 방침이다. 일본의 안보상 필요가 인정될 경우 동맹국 및 우방국에 대한 미사일 수출의 길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일본 내 생산 여력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의하면 미쓰비시중공업(7011 JP)의 항공·방위·우주 사업 수주 잔고는 2025년 말 기준 약 3조 4,772억 엔으로, 2023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증가분의 대부분이 자위대용 물량인 만큼, 돌발적인 수출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생산 라인의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UAE와 방위 장비·기술 이전 협정을 체결한 일본의 정치적 선택지는 넓어지고 있다. 미국과 PAC-3 MSE 등의 공동 생산을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중동 내 미사일 비축분 부족 사태가 심화될수록 일본의 제조 역량에 대한 국제적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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