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1-17 08:25:30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2018년 마약 밀수 및 투약으로 '경영 영구 배제'를 약속받았던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7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아버지 허영인 회장이 노조 탄압 혐의로 재판받는 와중에 단행된 이번 인사는 SPC그룹의 반복된 약속 파기와 윤리 경영 부재를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 '영구 배제' 약속…3년 만에 '없던 일'로
SPC그룹은 지난 4일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허희수 사장은 2018년 8월 액상 대마를 국제우편으로 밀수입하고 수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SPC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허희수 부사장을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즉시 물러나도록 하고, 향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준수하는 SPC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약속은 3년 만에 휴지 조각이 됐다. 허 사장은 2021년 11월 집행유예 기간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IT 계열사 섹타나인 임원으로 조용히 복귀했다.
복귀 논란이 불거지자 SPC 측은 "경영 영구 배제 약속에 대해 영구라는 말이 꼭 '영원히'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해 비난을 자초했다.
이번 사장 승진은 2018년 약속이 여론 무마를 위한 시간 벌기에 불과했음을 최종 확인시켜 준 셈이다.
마약 밀수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그룹 핵심 경영진으로 올린 것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 승진 명분은 '신분' 비판도
SPC그룹은 이번 인사를 "글로벌 사업 성장과 미래 전략 주도 리더십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희수 사장의 경우 쉐이크쉑 도입과 최근 치폴레 유치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허 사장이 복귀 후 주도한 섹타나인의 성과는 그 실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0년 984억원에서 2024년 2467억원으로 외형적으로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그러나 이 성장의 이면에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자리 잡고 있다. 쉐이크쉑,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그룹 내 다양한 외식브랜드의 딜리버리 및 멤버십 서비스를 도맡은 결과다.
실제 섹타나인의 작년 특수관계자 매출은 138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6.1%에 달한다.
장남 허진수 부회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가 최고전략책임자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한 파리크라상은 2024년 매출 1조9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9% 감소했다.
그가 역점을 둔 미국 파리바게뜨 사업은 지난해 1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성과가 아닌 '신분'에 의한 승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SPC그룹 반복적 약속 파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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