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9-17 08:25:31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교촌치킨이 가맹점주들의 집단 반발과 소비자 기만 논란에 휩싸였다. 가맹점에는 약속한 닭고기를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는 중량을 줄이고 원재료의 품질을 낮추는 이중 기만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 "9개월간 주문한 닭고기의 40%만 공급"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가맹점주 247명이 교촌에프앤비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반환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데 이어, 9월에는 또 다른 가맹점주 4명이 약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예고했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는 본사의 고질적인 공급망 관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간 주문한 닭고기의 40%만 공급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가맹점주는 "10년 전부터 닭고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임차료와 인건비는 고정 지출인데 본사가 닭을 주지 않아 주문을 받을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교촌 본사의 약속 불이행도 문제가 됐다. 올해 2월 27일 가맹점주 100여명이 경기 판교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자, 이상로 국내사업부문장이 '연간 닭고기 입고량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본사가 보상한다'는 확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급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조류인플루엔자 상황에서도 경쟁사들의 대응은 달랐다. BBQ는 하림 등 주요 공급업체로부터 우선 물량 배정 대상으로 분류받으며 다중 공급체계를 구축했다. bhc는 선제적으로 닭고기 매입 단가를 인상해 수급 불안에 대응했다.
이로써 교촌은 경쟁사와 달리 가맹점주들과 법정 다툼을 벌이는 상황을 맞았다.
치킨업계 매출 순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1년까지 1위를 유지하던 교촌은 bhc와 BBQ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2024년 기준 bhc 5127억원, BBQ 5032억원, 교촌 4808억원 순이다.
◇ 30% 중량 축소에 원재료 하향조정까지
가맹점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교촌치킨은 11일부터 순살치킨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30% 축소했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문제는 단순한 양 축소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에 닭다리살 100%로 구성하던 순살치킨에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을 혼합하기 시작했다.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닭다리살 대신 상대적으로 퍽퍽한 닭가슴살 비중을 늘려 품질까지 하향조정했다.
교촌치킨 측은 "가맹점주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가맹점주들은 "단골마저 잃게 생겼다"며 본사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교촌은 지난 7월에도 국산 닭을 사용하던 윙 시리즈를 단종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태국산 닭을 사용한 윙박스를 출시한 바 있다. 결국 일련의 조치들이 소비자와 가맹점의 고혈을 짜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고혈 짜기식 성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 공정위 제재와 '보복성 조치' 의혹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교촌치킨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13일 교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협력사들에게 7억원의 불이익을 줬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8300만원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교촌은 2021년 5월 전용유 공급 협력사들과 연간 계약이 남아있음에도 캔당 유통마진을 1350원에서 0원으로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협력사들은 8개월간 총 7억원 이상의 유통마진 손실을 입었지만, 교촌의 유통마진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보복성 조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20년간 교촌 가맹점을 운영한 한 점주가 공정위에 "가맹본사가 주문 건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00㎏까지 닭고기를 적게 공급했다"는 구체적 자료를 제출한 후, 본사로부터 '유통기한 지난 부자재 사용'을 이유로 12월부터 영업 중단 통보를 받았다.
해당 점주는 이를 "보복성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가맹점과의 소송, 소비자 기만 논란, 당국의 제재까지 겹치며 교촌치킨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로 무너진 가맹점 및 소비자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와 장기적인 성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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