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0-14 08:29:26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방식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했지만, 정작 쿠팡이츠는 이를 따를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13일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의 할인 전 가격을 기준으로 중개수수료를 부과하는 약관에 대해 60일 이내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가 2만원 상품을 5000원 할인해 1만5000원에 판매해도 수수료는 2만원 기준으로 부과해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쿠팡이츠는 "서비스 초기부터 동일한 방식을 유지해왔다"며 시정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과거 1600억원 과징금에도 행정소송으로 맞선 쿠팡의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장기 법적 공방이 예고된다.
◇ 실질 수수료율 10.4%로 급등
쿠팡이츠의 수수료 부과 방식은 업계에서 유일하다. 배민과 요기요는 할인 후 실제 거래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산정한다.
공정위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중개수수료율 7.8%를 적용할 때, 정가 2만원 상품에 5000원 할인이 적용되면 실제 결제액은 1만5000원이다. 배민과 요기요라면 수수료는 1170원이지만, 쿠팡이츠는 2만원을 기준으로 1560원을 부과한다.
390원의 차이다. 이로 인해 입점업체가 실제 벌어들인 매출 대비 부담하는 실질 수수료율은 10.4%까지 치솟는다.
결국 입점업체는 고객 유치를 위한 할인 비용을 전부 부담하면서, 깎아준 금액에 대해서까지 수수료를 내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쿠팡이츠는 1500만명에 달하는 와우회원을 기반으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입점업체는 쿠팡이츠 사용이 사실상 강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 방식으로 쿠팡이츠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거뒀다고 추정했다. 사업자의 영업 비밀을 이유로 구체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상당한 규모로 보고 있다.
◇ 쿠팡, 과거에도 1600억 과징금 맞서 소송
이번 공정위 조치의 가장 큰 한계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시정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쿠팡이츠가 이를 따를 법적 의무는 없다.
공정위는 쿠팡이츠와 배민의 입점업체 약관을 심사해 총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했다. 가게 노출거리 제한, 대금 정산 보류 등 다른 9개 유형에 대해서는 두 업체가 자진 시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유독 수수료 부과 기준만큼은 쿠팡이츠가 선을 그었다.
김 국장은 "쿠팡이츠는 이 조항이 약관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60일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시정되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시정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쿠팡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다.
쿠팡은 지난해 6월 자체 브랜드 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600억원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쿠팡은 공정위 결정을 "시대착오적"이라 비판하며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시정명령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과징금은 일단 내라고 판단했다.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전례를 볼 때, 쿠팡이츠가 60일 후 시정명령을 받더라도 다시 행정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 법적 공백이 키운 플랫폼 '특권'
쿠팡이츠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급성장한 플랫폼 경제를 제어할 법적 장ㅈ치가 미비하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 법안은 수수료 투명성, 계약 조건, 분쟁 해결 절차 등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제공할 수 있었다.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18건의 온플법 관련 법안이 상정됐지만, 한미 통상 협상 부담으로 논의가 연기됐다.
결국 공정위는 플랫폼 경제의 핵심 문제를 다루면서도 온플법 같은 전용 무기가 아닌 약관법이라는 범용 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차선책에 불과하다.
이러한 법적 공백 속에서 배달앱 시장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쿠팡이츠의 카드 결제액 점유율은 지난해 1월 18.4%에서 12월 35.31%로 1년 만에 거의 2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배민은 71.14%에서 57.6%로 하락했다.
공정위는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의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등 다른 법 위반 사건도 조사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심사보고서를 보내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재 수준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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