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07-23 08:48:33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예상과는 달리 엔화 약세가 두드러지지 않고, 오히려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와 달러화 모두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 자금이 유로화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23일 전했다.
시장에서는 엔화와 달러화 모두 매력이 떨어지는 '둘 다 잃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일 장기 금리차는 엔화 환율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왔다. 일반적으로 금리차가 확대되면 엔화 약세, 축소되면 엔화 강세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6월 이후 금리차 축소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뒤틀림'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뒤틀림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재정 악화 우려를 낳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고전이 예상되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감세 중심의 재정 확대 정책이 엔화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엔화 이탈이 곧바로 달러 매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때 달러당 149엔대까지 엔화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QUICK이 개최한 금융시장 세미나에서는 연말 엔화 환율을 달러당 140엔 수준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는 엔화 약세가 더 심화될 가능성보다는 엔화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망이다.
마켓·리스크·어드바이저리의 후카야 고지 씨는 "환율 시장의 관심이 일본 정국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미국 경제의 향방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연말에 미국 경기 악화를 시사하는 경제 지표가 발표되면 달러 매수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경제 정책인 관세와 달러 강세 시정은 모두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역시 '나쁜 금리 상승'을 초래하여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즈호 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씨는 "주요 3개 통화 중 유로화가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유로존의 핵심인 독일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과거 유럽 통화 위기를 야기했던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불안도 잠잠한 상황이다.
미즈호 은행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의 엔화 매수 포지션은 축소되는 반면 유로화 매수 포지션은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율 흐름을 주도하는 투기 자금이 엔화와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화와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자금이 이동하는 이러한 추세가 전환되려면 일본과 미국의 경기 상황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7일, 5월 경기 동향 지수를 근거로 4년 10개월 만에 경기 판단을 '악화'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둔화되겠지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존재하며, 시장의 관심이 일본 경제의 불안정성에 집중될 경우 엔화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약세를 보이는 '엔화 홀로 패배' 시나리오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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