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7-24 08:21:33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가 오늘(24일) SK에코플랜트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
금융감독원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내린 사안을 두고 검찰 고발과 임원 해임 등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회사가 추진해온 기업공개(IPO) 계획은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약 1조원 규모의 프리IPO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2026년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 자회사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이 약속이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계열사 회계부정 사건이라는 정치적 상징성까지 더해져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 의지가 예상된다.
◇ 檢고발 등 중징계 기로
감리위원회는 이날 재심의를 통해 SK에코플랜트 회계 위반 사안의 최종 제재안을 확정한다.
핵심 쟁점은 위반 동기가 '고의'인지 여부다. 회계처리 위반 동기는 '고의', '중과실', '과실'로 구분되며, '고의'로 판정될 경우 형사 고발과 임원 해임 등 최고 수위의 제재가 뒤따른다.
금감원은 SK에코플랜트가 2022~2023년 회계연도 동안 미국 자회사인 'SK에코플랜트 아메리카스'의 매출을 의도적으로 과대 계상해 연결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 고발, 전 대표이사 해임 권고, 수십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등을 포함한 중징계안을 감리위에 제출했다.
반면 SK에코플랜트 측은 "미국 자회사가 신규 사업에 대해 회계법인 검토를 받아 진행한 회계처리"라며 "IPO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는 이번 회계처리가 고의적 조작이 아닌 전문가 간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재 수위에 따른 파급효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고의' 판정시 검찰 수사와 임원 해임으로 IPO가 사실상 무산되지만, '중과실'이나 '과실'로 완화될 경우 재무제표 정정 후 상장 재추진이 가능하다.
◇ 미국 자회사 매출 부풀리기, IPO 압박이 동기?
문제가 된 SK에코플랜트 아메리카스는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SK에코플랜트의 핵심 자회사다.
이 회사는 2023년 2월 기존 BETEK에서 사명을 변경했으며, 글로벌 연료전지 선도기업인 블룸에너지와 협력해 미국 내 병원과 데이터센터 등에 연료전지를 공급하고 있다.
금감원은 SK에코플랜트가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 자회사의 실적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전통 건설업에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SK에코플랜트에게 연료전지 사업의 성과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였다.
투자자들이 전통 건설업보다 고성장 기술주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만큼, 이 부문의 매출 부풀리기는 IPO 성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IPO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40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을 발행하며 투자자들에게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CPS 투자자들에게 첫 해 5%, 이후 매년 3%씩 증가하는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며, 매도청구권 행사로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계열사 회계부정 사건
금융당국은 분식회계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앞서 이윤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9일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주주나 경영진에게 '패가망신'에 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금융당국은 엄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올해 3월에는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분식회계 벌금 상한액이 10억원으로 설정되는 등 제재 기조가 한층 강화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기업 계열사 회계부정 사건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향후 재벌 회계 감리의 기준점을 세우는 시금석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강력한 제재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그룹은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1조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 사태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는 등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것은 그룹 전체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 IPO 좌초 시 그룹 차원 신뢰 타격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SK에코플랜트의 상장 계획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SK에코플랜트는 NH투자증권, 크레딧스위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추진해왔다.
상장이 무산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1조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관사들도 실사 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평판에 심각한 흠집을 남길 수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재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51%에 달해 건설업계 위험 수준인 200%를 크게 넘어섰다. 순차입금도 2021년 말 2조5576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5조133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의 책임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가 방어 논리로 내세운 '회계법인 검토'가 '고의' 판정을 받을 경우, 해당 회계법인은 부실 감사 또는 공모 혐의로 별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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