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9-22 08:21:27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토스가 안면인식 결제 단말기 생산을 맡겼던 핵심 협력사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무력화하는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 계약 문제를 넘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네이버페이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 속에서 나온 결과여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 법원, 토스의 손 들어줬다…네이버페이 개입설 무게 실리나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11일 토스가 단말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이번 판결이 단순한 계약 문제를 넘어, 토스의 사업적 정당성을 법원이 공적으로 확인해 준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SCSPro가 토스와 체결한 150억 원 규모의 투자 및 사업제휴 약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행위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초, 토스가 단말기 개발을 위해 SCSPro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텀 시트'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SCSPro 측은 본 계약을 위한 실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다, 지난 5월 초 구체적인 사유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SCSPro가 내세운 계약 해지 사유들(토스 계열사 재무건전성 우려, 독점적 제휴 요구 등)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으며 "사업제휴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법원 결정문에 SCSPro가 "토스와 계약 해지 직후 네이버와 재논의를 진행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것을 계기로, '네이버 개입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페이 홍종호 리더는 "'단말기 업체 계약 방해'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네이버가 개입한 바는 전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선점 효과 노린 토스 vs 뒤늦은 견제 나선 네이버페이
토스의 페이스페이는 안면인식 결제 시장에서 뚜렷한 선점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정식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 40만 명, 서울 시내 2만 개 매장 보급을 돌파했으며, GS25, CU 등 주요 편의점 인프라를 확보해 8월 기준 재이용률이 60%에 달한다.
이러한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적 분쟁으로 사업이 지체되면서 입는 손해도 막심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7년까지 총 250억 원 규모의 단말기 발주가 이뤄져야 했지만, 현재로서는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반면 네이버페이의 '페이스사인'은 지난해 3월 특정 대학 캠퍼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이렇다 할 확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스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자, 뒤늦게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네이버페이 측은 "논란이 된 제조업체와는 작년 말부터 협업 관계가 있었다"며 "토스보다 먼저 협업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을 먼저 체결한 것은 토스였다.
이 지점에 대해 토스 측은 "만약 네이버와 SCSPro의 협상이 4개월 전부터 잘 진행 중이었다면, SCSPro는 당연히 네이버와 먼저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 측은 "올해 4월경 해당 업체와 협업 관계가 중단됐으며, 토스와의 소송은 그 이후의 일이므로 우리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네이버페이 엇갈리는 출시일…감춰진 협력사
이번 분쟁은 혁신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업과, 기존 시장 지배력을 활용하려는 기업 간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토스는 이미 자체 단말기인 '토스프론트'를 10만 개 이상 보급하며 오프라인 결제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자체 안면인식 기술을 더해 혁신을 이끌고 있다.
반면 네이버페이는 토스가 시장을 개척한 이후에야 연내 단말기 출시를 발표하며 후발주자로서 추격하는 모양새다.
네이버페이 측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해 출시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업계에 따르면 영업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날짜인 '10월 20일 출시' 를 공지하며 사전 영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네이버페이는 "현재 논란이 된 업체(SCSPro)가 아닌 다른 제조업체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해당 업체가 어디인지는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네이버페이 측은 "토스와의 차별점은 얼굴 결제가 아닌, 네이버의 예약·리뷰 등 온라인 서비스를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하는 것"이라며 "단말기 출시는 그 적용처를 넓히는 개념이다"라고 경쟁의 본질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네이버페이가 불리해진 단말기 분쟁에서 한발 물러나, 더 큰 '생태계' 경쟁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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