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업데이트 마세요"…정신아 대표 자신감 무색하게 한 카톡 개편, 불만 속출

15년만 대격변에도 "업데이트 끄는 법" 확산
ChatGPT 통합·인스타그램식 피드 도입…이용자 반응은 '글쎄'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9-26 08:23:08

(사진=카카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카카오톡이 15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과 투자자들의 실망을 동시에 야기했다.

23일 발표된 대규모 개편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동 업데이트를 꺼라"는 조언이 넘쳐나고, 같은 날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카카오 주가만 4.67% 급락했다.

표면적으로는 AI 기능 강화와 소셜미디어 진화로 포장됐지만, 그 이면에는 체류시간 감소와 젊은층 이탈이라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 ChatGPT 품고 AI 슈퍼앱 꿈꾸지만

카카오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AI 슈퍼앱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자체 개발한 경량 AI 모델 '카나나'를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탑재하고,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5를 채팅탭에 직접 통합했다. 카카오맵, 멜론 등 광범위한 카카오 생태계와 연동되는 '카카오 에이전트'를 통해 차별화된 사용성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24시간 내 메시지 수정 기능, AI 대화 요약, 채팅방 폴더 기능 등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편의 기능들도 대거 포함됐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친구탭을 인스타그램식 피드로 전환한 것이다.

기존 가나다순 친구 목록 대신 친구들의 프로필 업데이트, 공유 사진과 영상이 타임라인 형태로 표시된다. 기존 '오픈채팅' 탭은 틱톡과 유사한 숏폼 영상 전용 '지금 탭'으로 개편됐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를 종합해보면 하나의 거대한 '트로이 목마'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AI 편의 기능 안에, 선호도는 낮지만 전략적으로는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소셜미디어 및 광고 기능을 숨겨 놓은 형태다.

실제로 새로운 피드와 숏폼 비디오 탭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광고 지면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피드 기반 광고나 틱톡과 같은 동영상 광고는 기존 비즈보드보다 훨씬 높은 단가와 참여도를 보인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광고 매출의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이런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용한 도구를 얻기 위해서는 불편한 피드를 감수해야 하는 강제적 선택 구조에 대한 반감이 거센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카카오)


◇ "메신저에서 친구 목록 사라질 줄 몰랐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가장 큰 반발을 산 것은 친구탭을 인스타그램식 피드로 바꾼 결정이다.

한 사용자는 "메신저 앱에서 친구 목록이 안 보이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카톡에는 직장 동료, 거래처까지 다 들어와 있다. 인스타에서 올리던 운동 사진이나 데이트 모습까지 공유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는 카카오톡의 독특한 사회적 지위에서 비롯된 저항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달리 카카오톡은 가족, 친구, 직장 상사, 거래처가 뒤섞인 '강제적 네트워크'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과시적 공유를 전제로 한 피드 시스템은 사용자들에게 '맥락 붕괴'라는 극심한 피로감을 안겨준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앱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 정도 변화는 카카오톡 역사상 없었다"며 자신했지만, 사용자들은 기업이 이윤을 위해 사용자의 편의를 희생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톡. (사진=연합뉴스)


◇ 10대들 인스타로…113분 사라진 체류시간


이번 업데이트가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카카오 내부에서 수년간 누적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가장 심각한 신호는 사용자 체류시간의 지속적 감소다.

모바일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톡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이 2021년 5월 822분에서 올해 7월 기준 709분으로 113분이나 줄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4분씩 사용시간이 감소한 셈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사용률이 높은 10대들을 중심으로 카카오톡은 공적 목적으로, 인스타그램 DM은 사적 소통 수단으로 분리해 사용하는 패턴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 97%라는 압도적 지위에도, 사용자의 하루 평균 체류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했다. 이는 유튜브(2시간 19분), 인스타그램(50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로, 바로 이 현실이 카카오의 변신을 강요한 것이다.

체류시간이 곧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는 '관심 경제'에서 카카오톡은 필수적이지만 저부가가치 서비스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반면 카카오의 위기는 경쟁자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텔레그램은 지난 3월 월간 활성 사용자 10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으며, 국내에서도 꾸준한 사용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이용자 반응은 '싸늘'…코스피 최고가에도 '하락'

AI 슈퍼앱이라는 거창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은 투자 심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3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4.67% 하락한 6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시장이 이번 변화의 실행 리스크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특정 목적의 소통을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하는 '메신저 파편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는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이용자 반발과 실행 리스크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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