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촌, '양 줄인 꼼 수 인상' 뭇매에 결국 원상복구…송종화 경영 능력 도마 위

'홈페이지 고지' 변명에 여야 일제 질타
내부 공지문 유출로 드러난 진정성 부재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10-30 08:24:16

송종화 교촌에프엔비 대표. (사진=교촌치킨)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복귀한 송종화 교촌에프앤비 대표가 취임 2년 만에 회사를 치킨 업계 최악의 신뢰 위기로 몰아넣었다.

슈링크플레이션 도박 실패, 국정감사 무기력 대응, 진정성 없는 사과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과거 교촌 부흥기를 이끈 '프랜차이즈 전문가'의 경영 능력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순살 메뉴 리뉴얼 명목 중량 축소·저렴한 안심살 혼합

송종화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의 총괄상무 및 사장을 역임하며 조류독감 파동 극복, 허니시리즈 출시, 미국·중국 시장 첫 진출 등을 성공시켰다.

2023년 9월 부회장으로 복귀할 당시 업계는 "위기관리 전문가의 귀환"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해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장담했다.

2024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송 대표는 지난 9월 11일 교촌은 순살 메뉴 리뉴얼이라는 명목으로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28.6% 축소했다.

여기에 닭다리살 100%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안심살을 혼합했으며, 교촌의 정체성이던 '붓질' 방식 대신 대량 생산용 텀블링 방식으로 전환했다. 가격은 1원도 내리지 않았다.

여기에 주요 구매 채널인 배달앱에는 이 같은 내용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고, 한 달여 만인 10월 14일 송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업계에서는 치킨 빅3(BHC·BBQ·교촌)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감사에 불려간 것 자체가 교촌의 행태를 국회가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교촌치킨. (사진=연합뉴스)


◇ '홈페이지 고지' 변명 반복…무기력한 위기관리

국정감사장에서 송종화 대표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준비되지 않은 채 심판대에 오른 무기력한 경영인의 모습을 보였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교촌이 기존 700g이던 순살치킨을 500g으로 줄이고도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홈페이지 공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주요 구매 창구인 배달앱에는 변경 사실이 표시되지 않았다"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송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고지했지만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배달앱에는 변경 사항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이 의원은 "교촌은 2018년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하며 '2만 원 치킨 시대'를 연 브랜드"라며 "그때의 논란을 고려했다면 이번 결정은 더 신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교촌은 2019년부터 2020년에도 원재료 공급 문제로 공정위에 신고된 전력이 있다"며 "이후에도 공급률이 개선되지 않아 가맹점 피해가 반복됐다"고 질타했다. 일부 가맹점주가 공정위에 신고하자 본사가 보복성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송 대표는 "부분육 중심 회사인 만큼 수급 불안정을 해마다 겪고 있다. 대처가 미흡했지만 계속해서 노력 중"이라며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틀 뒤인 16일, 대통령실까지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교촌을 직접 거론하며 "치킨은 중량표시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꼼수 가격 인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사진=연합뉴스)


◇ 내부 공지문 유출로 드러난 '진짜 속내'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교촌은 23일 백기를 들었다. 중량과 원육, 조리법을 모두 원상 복구하고 신메뉴 10종은 단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외적으로는 "고객들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같은 날 유출된 내부 공지문은 교촌의 진짜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상로 교촌 국내사업부문장은 내부 공지를 통해 "제품 개선 공지가 언론에 유출돼 브랜드 가치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대중매체가 중량 축소에만 초점을 맞춰 소비자 기만으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맛과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원가절감으로 둔갑했다"며 "극소수 가맹점 사장님의 유출 의도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된다"고 일부 가맹점주를 지목했다.

이는 회사가 이번 사태를 자신들의 잘못된 결정이 아닌, 외부의 오해와 공격 때문에 발생한 억울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스스로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여기는 심각한 현실 왜곡이다.

대외적 사과와 내부 공지의 괴리는 소비자와 가맹점주 모두를 분노케 했다.

한 가맹점주는 "닭고기 수급 문제로 인한 보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교촌은 '꼼수 인상'으로 한 번, '진심 없는 사과'로 또 한 번 신뢰를 잃었다.
 

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사진=연합뉴스)


◇ 교촌, 은민할 가격 인상 이유는?

2024년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은 152억 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BHC는 1338억 원, BBQ는 856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1분기 실적은 더욱 암울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0.4% 감소한 107억 원에 그쳤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210억 원에서 285억 원으로 35.7%나 폭증하며 수익을 모두 잠식했다.

결국 송 대표는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공식적 가격 인상 대신 소비자를 속이는 '은밀한 가격 인상'을 택했다.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를 내팽개친 것이다.

원재료 공급 문제도 고질적이다. 2019년부터 2020년에도 교촌은 공급 차질로 공정위에 신고됐다. 당시 주력 메뉴 '윙콤보'의 공급률은 가맹점 발주 대비 52%에 그쳤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올해 9월에는 가맹점주 4명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주문한 닭고기의 40%만 공급받았다며 약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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