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1-28 08:12:55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리테일 증권사 1위 키움증권에서 전산 장애가 또 다시 발생하며 투자자 신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연간 1220억원이라는 전산운용비를 쏟아붓고도 기록한 배경에는 모회사 다우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또 터진 전산 장애..."조회만 지연" 해명에 투자자 분노
28일 업계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40분께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과 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약 20분간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에서는 삼성전자가 정규장 종가 대비 7%대, SK하이닉스가 8%대까지 하락하는 등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매수·매도와 취소가 되지 않았다", "4억원 손해봤다", "고객센터 연결이 안 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조회 화면 지연만 발생했고 주문·체결은 정상"이라며 "하락장 영향으로 주문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먼 설명이다. 키움증권의 전산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초에도 HTS와 MTS에서 주문 체결 지연 오류가 발생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문제는 이후에도 개선은커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해 6월 주문 지연 오류가 재차 발생했고, 9월에는 미국 주식 주문 과정에서 오류가 보고됐다. 이어 11월 6일 야간 접속 오류에 이어 이달 20일 또다시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스템 안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업계 최고 전산비 쏟고도 7년간 34건 장애 '최다'
더 큰 문제는 키움증권이 전산 안정성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도 장애가 가장 빈번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2024년 평균 전산운용비는 684억원이었다.
키움증권은 1220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123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이 가운데 인건비를 제외하고 모회사 다우기술에 지급한 비용만 91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회 이헌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전산 장애 164건 중 34건(20.7%)이 키움증권에서 터졌다. 압도적인 1위다.
지난해에도 1~3분기에만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1만2000건에 달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리테일 1위 증권사이면서 별도 지점 없이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영업하는 구조여서 IT 지출이 큰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장애가 더 빈번하다는 점이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 다우기술 의존 구조가 독 됐나
키움증권 전산 장애의 구조적 원인으로 모회사 다우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지목된다.
다우기술은 키움증권 지분 4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다우기술이 키움증권으로부터 IT 아웃소싱 등으로 거둬들인 매출액은 793억원으로, 전체 매출(2533억원)의 31%를 차지한다.
문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한 키움증권의 덩치를, IT 인프라를 전담하는 모회사 다우기술의 역량이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키움증권의 시가총액은 약 9조7833억 원으로 모회사 다우기술(1조9898억 원)의 5배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체급 차이를 넘어, 키움증권이 지불하는 막대한 IT 비용이 시스템 고도화에 온전히 재투자되지 못하는 경직된 지배구조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고객 수와 트래픽은 업계 1위 수준으로 폭증했음에도, 인프라 확장은 모회사의 관리 범위 내에 갇혀 있어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키움증권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자동주문전송(SOR)을 구축한 것이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다수 증권사가 유관기관인 코스콤이나 넥스트레이드의 검증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키움증권은 다우기술이 개발한 독자 시스템을 고집하다 보니 호환성과 안정성 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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