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엔씨소프트, 2분기 '깜짝실적'…구조조정으로 만든 151억 영업익

엔씨소프트 영업이익 151억 어닝 서프라이즈?
대규모 인력 감축과 일회성 효과로 만든 성과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8-14 08:19:47

왼쪽부터 김택진,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사진=엔씨소프트)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엔씨소프트가 12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 이면에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기존 게임의 일회성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매출 3824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달성해 증권가 컨센서스를 170% 상회했으나, 실질적 성장 동력보다는 '외과적 수술'에 의존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엔씨소프트의의 미래는 사실상 4분기 출시 예정인 '아이온2' 하나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 '외과적 수술'로 만든 151억 영업이익

엔씨소프트의 2분기 영업이익 급증은 매출 성장보다 비용 절감에 기인한다.

박병무 공동대표가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언급한 "외과 수술적 비용 효율화"가 핵심 동력이었다.

상반기 해외 자회사에서 100여명을 감축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국내에서 200~300명 규모의 추가 "인원 효율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대규모 구조조정의 연장선이다.

2024년 초 5000명이었던 본사 인원을 3100명으로 줄이는 등 약 2000명을 감축했고, 임원도 20% 줄였다. 올해도 추가 감원이 이어지면서 총 300~400명 규모의 인력 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반면 인력 감축과 동시에 마케팅 비용은 폭증했다. 2분기 마케팅비는 23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5% 급증했다. 미래 가치 창출의 핵심인 개발 인력을 줄이면서 확보한 자원을 노후화된 게임 홍보에 집중 투입하는 모순적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환율 변동으로 당기순손실 360억원을 기록했다. 외부 금융 충격에 취약한 재무 구조가 노출되면서 영업이익의 개선 효과마저 상쇄됐다.

박 대표 스스로 "3, 4분기 영업이익이 일부 흔들릴 수 있다"고 인정한 것도 이번 실적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리니지M. (사진=엔씨소프트)


◇ 레거시 IP의 마지막 불꽃, 지속가능성은 의문

2분기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은 기존 IP들의 일회성 이벤트였다.

PC게임 아이온은 신규 서버 출시 효과로 전분기 대비 53% 급증한 13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기존 충성 유저층의 단기 유입에 불과하다.

모바일게임 리니지2M 역시 동남아시아 서비스 확장으로 27% 증가한 48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 진출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한국 등 기존 주력 시장의 매출 하락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실제로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리니지M은 2020년 8287억원에서 2024년 4928억원으로 40% 감소했고, 리니지2M도 같은기간 8496억원에서 1826억원으로 78% 급감했다.

2분기 반등은 구조적 하락세를 일시 중단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중국 진출 계획도 불확실성이 크다. 리니지M이 6월 판호를 획득했지만, 8년된 게임이 현지 치열한 경쟁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블레이드앤소울2가 중국 진출 초반 인기를 얻었지만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전례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이온2 플레이 화면. (사진=엔씨소프트)


◇ 아이온2, '올인' 전략 성공할까

엔씨소프트는 4분기 출시 예정인 아이온2에 회사의 운명을 걸고 있다.

2026년 매출 2조~2조5000억원 달성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며 아이온2를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330명 규모의 대규모 개발진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과거 행보를 고려하면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쓰론앤리버티 출시 전 "자동사냥 없음", "극복 불가능한 격차 발생 안 함" 등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유저들의 실망을 샀다.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젊은 층 타겟으로 BM을 가볍게" 약속했다가 출시 하루 만에 사과하며 시스템을 개편한 굴욕을 겪었다.

아이온2에 대해서도 "뽑기 아이템 없음", "배틀패스·스킨 중심" 등 유사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P2W 요소가 일부 들어갈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과거 패턴을 고려할 때 출시 후 BM 변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개발 프로세스의 혼재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프로젝트 택탄'을 개발 중단했고, 다른 신작들도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전례 없는 신작 출시 속도를 약속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가깝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진=연합뉴스)


◇ 게임업계 '마의 고리'에 갇힌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근본적 문제는 '리니지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니지식 P2W 모델은 현대 게임 유저들에게 외면받지만, 여전히 회사 수익의 핵심을 차지한다. 모바일 캐주얼 센터 신설 같은 새로운 시도는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비용 절감에 환호하지만, 이는 게임업계의 본질을 간과한 위험한 신호다. 창조산업에서 개발자를 해고하는 것이 혁신적 신작 개발보다 쉬운 주가 부양책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씨소프트가 '관리된 쇠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인력 감축으로 창의적 핵심이 약화되고, 기존 IP의 생명력은 한계에 달했으며, 미래 전략은 과거 실패 경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분기 실적은 회복이 아닌 일시적 진통제 효과에 불과할 수 있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신뢰' 회복 없이는 단기적 수익성 개선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엔씨소프트의 진정한 시험대는 아이온2 출시 이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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