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2-03 08:13:08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최근 넥슨코리아의 신작 모바일 게임 ‘메이플 키우기’를 둘러싼 확률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넥슨은 자체 게임의 확률 조작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기업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유정현 넥슨 지주사 NXC 의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배당금 확대를 위한 수익 극대화 전략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신작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과감히 덜어내며 이용자 신뢰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 넥슨, 또 터진 확률 조작…전액 환불이라는 초유의 카드
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메이플 키우기' 출시일인 지난해 11월 6일부터 약 한 달간 최상위 등급 능력치가 구조적으로 등장하지 않도록 설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캐릭터 능력치를 재설정하는 '어빌리티' 시스템의 로직 오류로 인해 최댓값 당첨 확률은 사실상 '0%'였다.
문제는 넥슨이 당첨 확률이 0%였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유료 결제를 유도했다는 점이다. 또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뒤에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른바 '스텔스 패치'로 은폐를 시도했다.
강대현·김정욱 넥슨 대표는 이 사실을 올해 1월 25일에야 인지했다고 해명했으나, 내부 보고 체계 부실 및 조직적 은폐 의혹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1507명의 유저를 대리해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자상거래법 위반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용자협회는 이번 사태가 오는 2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신설되는 '이용자피해구제센터'의 첫 구제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개정 콘텐츠산업진흥법에 따른 '제1호 콘텐츠 집단분쟁조정' 안건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높게 점쳤다.
특히 협회 측은 지난해 8월 시행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적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법원이 넥슨의 확률 조작을 고의로 판단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넥슨은 같은 날 출시일부터 현재까지 결제된 모든 금액을 전액 환불하겠다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출시 45일 만에 14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막대한 재무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공정위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손절매로 분석한다.
2021년 '큐브' 확률 조작으로 1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걸리면 환불하고, 안 걸리면 (수익)챙기는 것이냐"며 넥슨의 운영 방식에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운영 실수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주사 NXC가 오너 일가의 상속세 마련과 현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에 고강도 실적 압박을 가했고, 이것이 결국 무리한 확률 설정과 검증 시스템 마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엔씨소프트, 아이온2·리니지 클래식으로 정반대 행보…"BM 바꿔 신뢰 회복"
넥슨과 달리 엔씨소프트는 과감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을 앞세워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출시한 '아이온2'는 기존 리니지 시즈의 고강도 확률형 장비 제작 시스템을 과감히 삭제하고 멤버십 중심 과금 모델을 도입했다.
월 1만9700원의 편의성 멤버십과 2만9700원의 추가 콘텐츠 멤버십을 판매하되, 두 멤버십을 합쳐도 5만원을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온2는 출시 46일 만인 올해 1월 3일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멤버십 구매 캐릭터 수도 100만개를 넘어섰다.
특히 PC 자체 결제 비중이 90%를 초과하며 구글과 애플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회피해 마진율을 대폭 개선했다는 평가다.
다음 달 7일 프리 오픈을 앞둔 '리니지 클래식'은 엔씨소프트의 BM 전환 의지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1998년 출시 당시 가격 그대로 월 2만9700원 정액제를 부활시키며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순수 클래식 지향을 선언했다.
반응은 뜨겁다. 14일 사전 캐릭터 생성이 시작되자 준비한 서버가 순식간에 마감되며 3차에 걸쳐 총 25개 서버로 증설했다. 과거 리니지를 즐겼던 40~50대 '린저씨'들의 복귀 열풍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매출 목표를 최소 2조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으로 제시했다. 2022년 역대 최고 실적 2조5717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 "또 변할 수 있다"…여전히 남은 불신
엔씨소프트의 변화에도 이용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과거 운영 정책을 번복했던 전례들 때문이다.
리니지 클래식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식 FAQ에서 "자동 플레이가 추후 제한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밝힌 점, "스킨 시스템을 시즌에 따라 제공할 계획"이라는 언급이 향후 BM 확장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한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는 "아이온2는 게임 자체는 재미있지만 엔씨가 언제 다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BM이 축소된 것은 초기 유저 모객을 위한 일시적 전략일 뿐, 매출 압박이 거세지면 언제든 고강도 패키지가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진정한 시험대는 출시 6개월~1년 후 매출 압박을 받을 때"라며 "단기적인 매출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떠나간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며, 이것이 성공해야 이후 출시될 차기작들의 흥행 발판도 마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넥슨 vs 엔씨, 게임업계 BM 대전환 분수령 되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엇갈린 행보는 한국 게임업계가 직면한 근본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단기 수익을 위한 확률형 아이템 강화냐, 장기 신뢰 구축을 위한 합리적 BM 전환이냐의 갈림길이다.
넥슨의 반복되는 확률 조작 사태는 고강도 과금 모델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낸다. 2021년 큐브 사태로 116억원 과징금을 받고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구조적 개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BM 전환은 업계 전체의 변화를 이끌 잠재력이 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의 단기 수익성이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점이 변수다.
엔씨소프트가 이른바 '착한 BM'으로도 충분한 수익성을 입증해낸다면, 이는 확률형 아이템에 매몰된 국내 게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결국 2026년은 한국 게임사들이 '이용자 신뢰'의 가치를 뼈저리게 깨닫고 변화하느냐, 혹은 이를 외면하고 도태되느냐를 가르는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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