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엄단한다'더니 뒤론 990억 감경…공정위,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설탕 담합 제재 촌극

의결서 공개로 드러난 조사·심의 협조 일괄 최대 감경
'조사 중 담합 지속' 엄중 지적하면서도 브리핑에선 감경 사실 누락
리니언시 비공개·행정소송…'4000억 제재' 실질은 안개 속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5-07 08:08:42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 가격을 담합한 제당 3사에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엄정 대응을 공언했으나 실제 의결서에는 990억원에 달하는 감경 혜택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조사 개시 이후에도 담합을 지속한 중대 위반 행위임에도 조사 협조를 이유로 최대치의 감경을 적용해 당국의 제재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의결서에서 확인된 3사 일괄 20% 감경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설탕 가격 담합 사건 전원회의 의결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1차 조정 산정기준 금액에서 각사별로 20%씩을 감액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의 과징금은 1729억여원에서 1383억여원으로 줄었다. 삼양사는 1628억여원에서 1302억여원으로, 대한제당은 1592억여원에서 1273억여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3사의 감액 규모를 합치면 약 99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과징금 고시는 위법성 판단 자료 제출 등 적극 협조 시 10% 이내 감경을 허용한다. 또한 심의의 신속한 진행에 협조하고 행위 사실을 인정하면 추가로 10% 이내 감경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조사와 심의 양측 모두에서 3사에 최대 감경 비율을 일괄 적용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12일 브리핑 당시 조사 협조 감경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수백억 원대 감경 사실은 이후 의결서가 비로소 공개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사 중 담합 지속…'괘씸죄'에도 최대 선처

제당 3사는 2007년에도 동일한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총 5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이러한 제재 전력에도 불구하고 3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기업 간(B2B) 판매가격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했다.

특히 2024년 3월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들은 담합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CJ제일제당은 이번 사건에서 과징금 가중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가중 사유에는 낮은 가중 비율을 적용한 반면, 감경 단계에서는 최대치를 부여하는 모순된 결정을 내렸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2월 12일 브리핑에서 "설탕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고, 과점 구조를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의 담합이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2007년 제재 이후에도 반복됐고, 조사 개시 이후에도 담합을 유지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한 점을 엄중하게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결서에 명시된 일괄 감경 결과는 위원장의 공개 발언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설탕을 살펴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 비공개 리니언시와 소송전…무색해진 '엄벌'

의결서에서 확인된 990억원의 감경 외에 리니언시(자진신고 감경)가 추가로 적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니언시 1순위 신고 기업은 과징금 전액 면제, 2순위는 50% 감경 혜택을 받는다.

공정위는 리니언시 적용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주병기 위원장은 "설탕 사건의 경우는 자진신고 1순위와 2순위가 검찰과 공정위가 달랐다"고 밝힌 바 있다.

설탕 담합에서 리니언시가 적용됐다면 최종 과징금이 공정위 발표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심지어 과징금 감경을 챙긴 제당 3사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990억원을 깎고도 법정 다툼을 통해 과징금을 추가로 축소하겠다는 의도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뒤늦은 규정 손질…반복 담합 솜방망이 논란 지속

이번 제당 3사 제재 논란은 당국의 뒤늦은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지난달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반복담합 근절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담합 전력이 있는 사업자가 10년 안에 한 차례만 다시 담합을 저질러도 과징금을 100% 가중하는 방안이다. 기존에는 과거 5년간 위반 횟수에 따라 10~80%를 가중했다.

리니언시 감면 혜택도 축소한다. 10년 내 반복 담합 사업자는 1순위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과징금 전액 면제 대신 50% 감경만 받는다. 2순위 신고자도 50% 감경에서 25% 감경으로 줄어든다.

제도는 개편됐으나 2007년 제재 이후에도 같은 수법의 담합을 자행한 기업들에 사실상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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