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4-17 08:07:56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질책과 3000억 원 규모의 안전 투자 약속, 사명 변경이라는 쇄신책이 무색하게 삼립(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또다시 노동자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1년 사이 같은 공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인명 피해로, 경영진의 대대적인 쇄신 선언에도 불구하고 최일선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1년 새 세 번째 참사…새벽 컨베이어벨트 오작동
지난 10일 오전 0시 19분 경기 시흥시 삼립 시화공장 햄버거빵 생산라인에서 부품 교체 작업을 하던 공무팀 소속 직원 2명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생산직 근로자들이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컨베이어 벨트 센서가 오작동했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투입된 20대 직원 A씨는 왼손 중지와 약지가, 30대 직원 B씨는 오른손 엄지가 일부 절단돼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은 즉시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투입해 해당 설비에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안전관리책임자 1명을 입건했다.
경찰 역시 현장 폐쇄회로(CCTV)와 안전교육 자료를 확보해 안전조치 의무 위반 정황을 수사 중이다.
삼립 시화공장의 인명사고는 최근 1년 사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크림빵 생산라인 기계에 끼어 사망했고 올해 2월에는 식빵 생산라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3명이 연기를 마시고 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 질책·수천억 투자 약속에도 바뀌지 않은 현장
시화공장은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경영진의 뼈저린 반성과 강도 높은 안전 조치를 질책했던 현장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월급 300만원 받는 노동자의 목숨값이 300만원은 아니다"라며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경영진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SPC그룹은 '변화와 혁신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교대제 개편과 고위험 공정 자동화에 624억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11일에는 충청북도 및 음성군과 '안전 스마트 공장 조성을 위한 투자 MOU'를 체결하며 3000억 원을 들여 2028년까지 AI와 로봇을 적용한 통합생산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천억 원대 투자 약속이 무색하게 기존 현장의 위험 요소는 방치됐다.
화려한 청사진이 노동자의 실질적인 안전 보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비용이 수반되는 근본적 환경 개선은 뒤로 미뤄둔 채 보여주기식 쇄신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사명 변경 15일 만에 참사…李 대통령 "주관적 의도 체크하라"
SPC그룹은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SPC삼립'에서 '삼립'으로 변경했다.
잇따른 산업재해로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행보였으나, 불과 15일 만에 시화공장에서 절단 사고가 터지며 쇄신 의지는 빛이 바랬다.
사태가 반복되자 정부의 압박 수위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를 직접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예방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설이 있더라"며 "주관적 의도에 관한 부분을 잘 체크해보도록 하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이는 단순한 기계 결함이나 과실이 아닌, 생산성 유지나 비용 절감을 위한 고의적 방치 여부를 들여다보라는 경고다.
김 장관이 "사고 발생 즉시 작업을 중지시켰고,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을 언급하며 조사에 참고할 것을 재차 주문했다.
앞서 김 장관은 이번 사고를 "단순 사고가 아닌 총체적 안전 경영관리 위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규정한 바 있다.
노동부와 경찰이 원인 조사를 확대하며 추가 입건 등 고강도 사법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삼립의 구조적 안전불감증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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