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박서홍, 1600억 적자에도 승진 가도?…농협, 쇄신 대신 '보은' 택하나

적자 경영 박서홍 대표, 부회장 낙점설에 '회전문 인사' 비판 직면
강호동 회장, '성과 중심' 약속 무색…지배구조 개혁 동력 상실 우려

김종효 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2-04 08:03:31

2024년 5월 9일 전북 김제에서 열린 '벼 드문모심기 일관농작업대행 시연회'에서 박서홍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가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종효·김지현 기자] 농협중앙회가 또 다시 '인사 논란'이라는 구태에 발목이 잡혔다.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농협경제지주의 수장이 중앙회 부회장직에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농협이 외치는 '경영 혁신'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박서홍 현 경제지주 대표가 농협중앙회 차기 부회장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이미 확정된 분위기다.

박 대표는 농협 전남지역본부장, 농협경제지주 상무 등을 역임했다.

◇ 경제지주 박서홍, 실적 부진 속 '영전'..상식 밖 인사 행보

가장 큰 쟁점은 박서홍 농협경제지주 대표의 경영 성적표다.

박 대표는 취임 후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33억원 ▲2025년 831억원(잠정) 등 2년 만에 16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무려 170%까지 치솟으면서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경영 책임론이 불거질 상황임에도 박 대표는 오히려 중앙회 부회장으로의 영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를 두고 농협 안팎에서는 '성과와 무관한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박 대표는 알파경제에 "경제지주 구조를 잘 몰라서 하시는 말들"이라며 "무기질비료 등 농민 지원 사업이 많아 (적자가 발생했고) 순수하게 사업만 한다면 적자가 나는 구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왼쪽 네 번째부터 박서홍 농업경제대표이사,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조현민 한진 사장. (사진=연합뉴스)


◇ 반복되는 '보은 인사'…강호동 체제의 아킬레스건

이번 인사가 논란이 된 이유는 강호동 회장 취임 이후 반복된 '회전문 인사' 패턴 때문이다.

최근 논란 속에 사퇴한 지준섭 전 부회장과 여영현 전 상호금융대표 등은 선거 당시 강 회장을 도운 인물들로 퇴임 후 화려하게 복귀한 바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들에 대해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며 사실상 보은 인사를 시인한 바 있다.

박서홍 대표 역시 임원으로 퇴임 후 재취업한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박 부회장 낙점은 강 회장 중심의 '친정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에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됐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어 윤 의원은 그간의 권한 분산 노력에 역행하는 강 회장의 행보를 꼬집으며 "엽관적 지배구조를 심화하고 농협을 '회장의 사유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600억 적자에도 '수백억 성과급 잔치'와 개혁위원회의 역설

게다가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농협경제지주 박서홍 대표와 임직원들이 471억 원의 성과급을 챙긴 대목은 농민과 조합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동안 경제지주는 역대급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경영진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농협금융지주는 2024년 기준 2조45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농협경제지주는 같은 기간 초유의 적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출범한 ‘농협개혁위원회의 실효성’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발표했지만, 위원 면면을 살펴보면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광범 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이거나 기존 계열사 사외이사 출신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농협을 이해하는 분을 위원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겸 더프레미어 대표는 "금융당국의 전격적인 특별감사까지 받은 농협이 기존 인맥을 벗어나지 못한 인적 구성으로 어떻게 회장의 권한 집중을 막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서홍 농업경제대표이사가 지난 20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전남 담양 대전농협 관내 농가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1일 이사회, 개혁의 시험대 될 것

농협은 오는 11일과 12일 이사회 및 대의원회를 통해 차기 부회장 인선을 확정한다.

이번 인사는 강호동 회장이 공언한 '성과 중심 인사'와 '퇴직자 재취업 제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실적 부진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2인자인 부회장에 앉힐 경우 향후 농협이 추진할 지배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의 동력은 급격히 상실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진정한 쇄신은 성과와 책임을 분명히 하는 인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호동 회장과 농협 지도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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