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李 '자기들만 살겠다' 경고에…삼전 노조 "LG유플 이야기" 역풍

이 대통령 '과도한 요구' 경고에 최승호 위원장 "LG유플러스 이야기"로 일축
LG유플 노조 "타사 투쟁 먹잇감으로 던지는 행태…공식 사과 요구"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5-04 08:06:58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계 비판 발언을 두고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LG유플러스 노동조합에 화살을 돌리면서 노동계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비판 여론을 모면하기 위해 타사 노조의 정당한 투쟁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노조는 거센 도덕적 역풍에 직면했다.

◇ 대통령 경고에 삼성 노조위원장 "LG유플러스 이야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에게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특정 노조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응답자 69%가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한 상황이었다.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조합원 커뮤니티를 통해 대통령 발언의 대상을 타사로 돌렸다.

최 위원장은 "LG(유플러스) 보고 하는 이야기다. 30% 달라고 하니"라며 "저희처럼 납득 가능한 수준(15%)으로 해야 하는데"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요구는 합리적이며 정부의 경고 대상은 무리한 수치를 제시한 LG유플러스라는 식의 변명이었다.

삼성전자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성명을 내고 "노동자의 요구를 충분한 설명 없이 과도한 요구로 일반화하는 데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노조도 상생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있는데도 일부 조직 노동자를 향해 '자기만 살겠다는 행태'로 단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비율 15% vs 30%…금액으로는 22배 차이

최 위원장이 LG유플러스 노조 요구(30%)를 '납득 불가능한 수준'으로 규정하고 삼성전자 노조 요구(15%)를 합리적이라고 내세웠지만,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역전된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8900억 원이고 임직원은 약 9800명이다.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1인당 약 27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 노조 요구대로 영업이익의 15%를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에 배분하면 1인당 약 6억 원에 달한다. 비율은 절반이지만 금액은 22배 이상 벌어진다.

영업이익의 30%라는 비율 자체가 통상적인 협상 수준을 크게 웃도는 요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 노조가 반발한 것은 요구의 합리성 여부와 별개로, 삼성전자 노조가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자신들을 지목했다는 데 있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홍광흠 위원장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장관께서 지난 기자회견을 통해 보여준 민간기업 노사관계에 대한 불균형한 시각에 깊은 분노를 표한다"며 "반도체 산업 노동자 악마화에 대해 경고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LG유플 노조 "비겁한 처사…6년 투쟁 역사 훼손"

자신들을 방어막으로 악용한 행태에 LG유플러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지부(LG유플러스 노조)는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강한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노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우리가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재원 마련'을 요구한 것은 이미 6년 전부터 이어온 일관된 투쟁의 역사"라며 "이를 마치 최근 정부 기류에 맞춰 갑자기 튀어나온 '과도한 요구'인 양 치부하는 것은 우리 조직의 투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을 향한 비판 여론을 피하고자 타사 노조의 정당한 요구안을 '납득 불가능한 수준'으로 규정하며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행태는 매우 비겁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같은 노동조합으로서 서로의 요구를 '악마화'하는 것은 결국 자본과 권력이 원하는 '노노 갈등'의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경솔한 언행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며 "타사의 투쟁 상황을 왜곡해 본인들의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 청와대도 파업 충격 시나리오 분석

삼성전자 파업 사태는 청와대 차원의 대응으로 번졌다.

청와대 정책실은 삼성전자 파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보고서 작성에 착수했다. 파업 예고일이 17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노사 교섭 재개는 불투명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지난 1일부터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임금 14% 인상과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해 사측은 임금 6% 인상안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6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노동조합이 5월 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며 "파업하더라도 전담 조직과 대응 체계를 통해 적법한 범위 내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분 없는 타사 비방으로 고립을 자초한 삼성전자 노조가 대내외적 압박을 뚫고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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