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6-17 08:14:20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성과급 분배 갈등이 식품·유통을 거쳐 자동차·조선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타 업종의 고보상 기준을 잣대 삼은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빗발치면서, 대외 악재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사측과의 충돌이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다.
◇ 오리온 창사 이래 첫 파업…식품·유통가 덮친 보상 갈등
식품업계에서는 오리온 영업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국내 영업직 70여명이 오후 근무를 거부했다. 이는 195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다.
오리온 노사는 올해 1월부터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4월 교섭이 결렬됐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불발됐다.
노조는 전 직무 기본급 7.5% 인상과 기본급·수당 비율을 현행 6대 4에서 7대 3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양측은 17일 추가 교섭을 진행한다.
노조는 회사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배당을 늘렸음에도 영업 목표 상향과 수당 조절로 실급여가 줄었다고 비판한다.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3324억원, 영업이익 558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에는 2046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보상 갈등은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신세계 노조는 지난 11일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에게 공문을 보내 성과급 지급률을 현행 10%에서 15%로 상향하고 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공문을 통해 "상반기 성과급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들의 노력과 성과를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사 성과급 공동 TF 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반도체發 '보상 기준점'이 만든 연쇄갈등
연쇄 갈등의 진원지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말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해당 합의안에는 반도체(DS) 부문에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내용이 포함됐다.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타 업종 노조의 보상 요구 기준점으로 작용했다.
현대차 노조 역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별개로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이 경영 부담을 이유로 구체적 제시안을 내놓지 못하자, 노조는 지난 12일 제11차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 1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했으며,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오는 24일 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할 방침이다.
조선업계도 합류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9일 임단협에 돌입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약 2조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성과 공유 재원은 6000억원 규모다.
◇ "실적은 해외가 냈다" 선 긋는 사측…도미노 파업 위기 고조
사측은 난색을 표한다.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 수준의 보상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오리온 사측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체계를 유지 중이며 지난 10년간 임직원 평균 급여가 2배가량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실적 성장은 국내가 아닌 해외 법인 성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올해 1분기 오리온 국내 매출은 0.4% 성장에 그쳤지만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법인은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비중은 72%다.
경영 환경 악화도 기업들이 보수적 인상안을 고수하는 배경이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환율과 물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내수 부진 상황도 기업의 고민을 키운다.
개별 기업의 갈등은 업계 전반의 연쇄 파업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오리온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는 해태제과, 파리바게뜨, 풀무원, 동서식품 노조가 포함돼 있다. 농심 등 주요 기업도 교섭을 앞두고 있어 연쇄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회사의 재량인 성과급을 빌미로 한 무리한 쟁의행위가 이어지면서, 대기업 중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 직후 논평을 통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타 업종으로 확산하는 현상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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