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올해 금융사고 벌써 857억원…지난해 피해금액 절반 넘어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5-12 07:54:37

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에서 시민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5대 은행에서 올해 들어 857억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해 지난해 전체 피해액(1774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13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피해액은 총 857억9900만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5건에 488억4500만원으로 사고 건수와 피해액 모두 가장 많았다.

건수 기준으로는 국민은행 4건(110억9800만원), 농협은행 2건(221억5100만원), 신한은행 2건(37억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올해 금융사고 공시가 없었다.

단일 사고 규모로는 농협은행이 지난달 3일 공시한 외부인 과다대출 사고가 204억9310만원으로 최대였다.

이 사고는 대출상담사가 다세대 주택 감정가를 부풀려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직원들의 일탈 행위로 발생한 사고도 잇따랐다.

하나은행에서는 직원이 허위 서류를 받고 거래처에 약 75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해당 거래처와 관련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사적으로 금전을 대여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직원 연루 배임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9일 국민은행이 공시한 내용을 보면, 실제 분양자가 아닌 시행사와 시공사 관계인이 분양받은 것처럼 위장해 장기 미분양 상가를 담보로 약 46억원의 대출이 이루어졌다. 국민은행은 현재 감사 절차를 진행 중이며, 직원의 비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신한은행에서는 수출입 업무 담당 직원이 은행 거래 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받는 수법으로 3년에 걸쳐 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5대 은행의 금융사고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사고 건수는 2020년 51건에서 2023년 36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86건으로 급증했다.

피해액은 2020년 약 59억원에서 2022년 약 822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한 영향이었다.

이후 2023년에는 피해액이 약 51억원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1774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4개월여 만에 이미 지난해 피해액의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현재 집계된 금액은 금융당국의 기준에 따라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만 공시한 것으로, 공시되지 않은 소규모 금융사고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은 최근 수년간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과거에 발생했던 불법 대출 사례 등이 뒤늦게 적발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5대 은행들은 다양한 내부통제 강화 대책을 수립했다. 국민은행은 고위험 부문(기업여신·자산관리·글로벌) 전담 인력을 새로 배치하고, 올해 중 직원 속성 정보와 업무 행위 위험을 분석하는 AI 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책무 구조도를 기반으로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했으며, AI 기술을 활용해 내부통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검사시스템 AI 모형을 고도화하고 테마 검사 대상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내부통제전문역 37명을 영업본부에 배치했으며, 2월부터는 이상 징후 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4월부터는 본부 관리자급 이상 팀장들에게 10일 이상 연속 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고 업무 적정성을 감사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자점감사 모니터링 조직을 신설해 고위험 거래 사후 점검 체계를 구축했다. '자점감사 모니터링반'은 영업점 자체 감사 결과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고위험 거래를 집중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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