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06-12 10:25:25
[알파경제=우소연 특파원] 최근 무역 마찰 심화로 감익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도, 일본 상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전했다.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12조 엔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수치이며, 동 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시장의 압박에 대응하여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닛케이가 약 4,0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의 자사주 취득 한도 설정액은 12조 1,000억 엔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4년 전체 자사주 취득액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 수는 785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특히, 2026년 3월 결산에서 최종 감익을 예상하면서도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은 90개사로, 전기 대비 10% 증가하며 2008년 3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쿄 증권 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사들의 2026년 3월기 순이익은 전기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사주 매입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미쓰비시 상사는 세계 경기 불확실성을 고려, 2026년 3월기 순이익이 전기 대비 2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면서도 최대 1조 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실적 전망을 '미정'으로 발표한 신에쓰 화학 공업과 파낙 역시 각각 최대 5,000억 엔, 500억 엔의 자사주 취득 한도를 설정했다.
이러한 자사주 매입 배경에는 도쿄 증권 거래소와 투자자들의 자본 효율 개선 요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도쿄 증권 거래소는 기업들에게 자본 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 상황 공개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압박 역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쓰비시 UFJ 신탁 은행에 따르면, 6월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제안이 역대 최다인 50개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까지 높은 수준의 이익을 기록하며 재무 여력이 충분한 점도 자사주 매입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월 결산 기준 프라임 상장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3월 말 112조 엔으로, 2008년 3월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쓰비시 상사의 나카니시 카츠야 사장은 "자본 효율을 의식하고, 적정 자본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신에쓰 화학의 사이토 야스히코 사장은 "보유 자금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주가 수준을 고려했을 때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여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기업들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 중 PBR(주가 순자산 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이 약 50%를 차지한다. 사료 제조업체인 중부 사료와 화학 제조업체인 칼리트 등 중소형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자기 자금으로 다시 사들여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당 이익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자본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며, 자사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될 때 주가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 산업성 전문가 회의는 5월 말, 일본 상장 기업들의 설비 및 연구 개발 투자가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으며, "과감한 성장 투자에 충분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경제 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설비 투자와 연구 개발 투자(해외 자회사 투자 포함)는 최근 10년간 매출액 대비 각각 6%, 3% 수준에 머무르며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성장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해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도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발표 후 주가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야마토 증권의 아베 겐지 연구원은 "주가는 주주 환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성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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