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5-08-22 11:38:36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7~9월기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호조를 보이는 반면, 스마트폰·자동차 등 민수용 분야는 회복세가 지연되며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2일 전했다.
생성형 AI에 활용되는 연산 반도체와 메모리 수요는 확대가 이어지고 있으나, 경기후퇴 우려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민생 소비재 중심의 수요는 힘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 계획과 실적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닛케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매출과 장비·전자부품 출하량 등 9개 주요 지표를 토대로 분기별 시장 흐름을 분석해 왔다. 이번에는 4~6월 실적을 기반으로 7~9월 동향을 짚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에 따르면, 2025년 4~6월기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6% 증가했다. 2024년 이후 매 분기 20% 안팎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AI용 고성능 반도체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TSMC의 4~6월 매출은 38.6%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사는 엔비디아의 AI용 GPU 생산을 위탁받고 있으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한다.
데이터센터용 등 고성능컴퓨팅(HPC) 분야 매출 비중은 전체의 60%로, 전년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웨이저지아(魏哲家) 회장 겸 CEO는 “특히 자국 내 AI 개발을 추진하는 ‘주권 AI’ 수요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민수 디지털 기기 수요는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 미국 IDC에 따르면, 4~6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 PC는 6.5% 늘었으나 증가 폭은 제한적이었다.
스마트폰은 저가 모델 수요가 관세 여파로 위축되며, 13월(1.5% 증가)보다 성장률이 둔화됐다. 당초 시장은 7~9월기 연말 소비 시즌에 맞춰 반등을 예상했으나, 실제 회복에는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반도체 전체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은 4~6월 매출이 3.0%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스마트폰·PC 수요 부진으로 낸드플래시 등 장기 저장 메모리 재고가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AI용 고성능 메모리는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투자를 확대해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박순철 CFO는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7~9월 메모리 수급이 다소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4~6월 대비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부진이 이어졌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4~6월 매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주요 고객인 자동차 업계가 미국 관세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전기차(EV)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기초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출하 면적은 4~6월 9.6% 증가했다. 다만, 신에츠화학은 “재고가 여전히 높아 7~9월은 보합 내지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SUMCO의 하시모토 마사유키 회장 겸 CEO 역시 “AI 관련 수요만 좋고 나머지는 모두 부진하다”고 말했다.
제조 장비는 AI용 선단 제품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나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도쿄일렉트론은 고객사의 투자 축소로 2025회계연도 하반기 신규 장비 매출 전망을 1조1000억 엔에서 8800억 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자부품 업계 역시 EV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 TDK의 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으며, “산업기기용 수요가 저점을 다졌으나 본격 회복은 아직”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세라는 “관세의 직접 영향은 영업이익 기준 수억 엔 수준에 그쳤다”며 초기 예상보다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AI 수요가 성장을 떠받치고 있으나, ‘AI 1강’ 의존에는 불안 요인도 상존한다. 스마트폰 등 기존 주요 수요처의 회복이 더뎌서는 시장 전반의 활기를 되찾기 어렵다.
향후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신제품이 교체 수요를 자극해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