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기자
ababe1978@alphabiz.co.kr | 2024-07-30 07:50:19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위메프·티몬의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이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판매대금을 두 달 뒤에야 받으며 이 기간동안 6%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산 주기가 긴 플랫폼에서의 매출 증가는 판매자의 더 많은 자금이 장기간 동안 묶이게 되어 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 주기가 최대 두 달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커머스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 소상공인 대출 부담 가중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 정산주기 범위는 ▲G마켓 5∼10일 ▲무신사 10∼40일 ▲SSG 10∼40일 ▲쿠팡 30∼60일 ▲티몬 35~70 ▲위메프 37~70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위메프와 티몬은 35일에서 최대 70일에 달했다.
판매대금이 60일 뒤에나 지급되는 정책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대출 상품을 사용해야 했다.
실제로 긴 정산 주기를 가진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후에도 정산이 이루어지기 전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연 6%의 이자를 부담하며 은행에서 선정산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다.
선정산 대출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정산되지 않은 판매대금을 대출 형태로 먼저 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이커머스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로 인해 판매자들이 그 기간 동안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면서 “선정산 대출은 신용 기반으로 제공되며 금리는 보통 5~6% 수준으로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중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先)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이다.
이들 3개 은행이 지난해 취급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의 선정산 대출 총액은 1조2300억 원을 초과했다.
◇ 정산 주기 긴 플랫폼, 매출 확대 시 자금 유동성 문제 초래
올해 상반기 동안 취급된 선정산 대출은 75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업체들이 수시로 선정산 대출을 받고 상환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난해 말이나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약 700억 원 규모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통해 자금난을 버티는 동안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대금을 두 달 간 보유하며 예금 이자 등의 수익을 취하고 있다.
이커머스를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는 이모 씨는 “언론에서 최대 두 달이라고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 플랫폼의 정산 주기는 최대 세 달까지도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배송 완료 후 소비자의 구매 확정이 이루어진 시점부터 두 달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자금이 묶여 은행뿐만이 아닌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선정산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산 주기가 긴 플랫폼에서의 매출 확대는 결국 판매자의 더 많은 자금이 묶이는 형태의 정산 시스템이다” 지적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를 포함한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판매대금 정산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따른다.
그러나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이러한 정산 및 대금 보관과 사용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다.
이로 인해 이커머스 플랫폼이 수백억 원의 판매대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해 이자를 얻는 동안 판매자들은 대금 정산을 기다리며 대출에 의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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