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4-16 08:33:24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15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원유 조달을 위해 총 100억 달러(약 1조 5천억 엔) 규모의 금융 지원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이 16일 전했다. 이번 조치는 중동 정세의 불안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본의 의료 관련 물자를 포함한 핵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는 ‘아시아 제로 배출 공동체(AZEC)’ 관련 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한국 등 18개국 및 기관의 수장급 인사가 참석해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지원의 핵심은 국제협력은행(JBIC) 등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 지원이다. 지원 규모인 100억 달러는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의 연간 원유 수입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의 직후 기자단에게 아시아 지역의 연료 공급 부족과 공급망 침체는 일본의 의료 물자 조달에 차질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인공 투석 기구, 수술용 폐액 용기, 의료용 장갑 등 필수 의료 물자의 상당 부분을 아시아 생산 기지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협력 체계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외교적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일부 ASEAN 국가들이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거나 러시아산 원유를 조달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은 새로운 협력 틀을 통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결속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일본의 석유 비축 현황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222일분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원유 수입량 감소에 따른 비축 일수 하락에 대응해 오는 5월 초부터 국가 비축분 20일분을 추가로 방출할 계획이다.
경제산업성은 현재의 석유 비축분이 오로지 국내 수급용임을 강조하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직접적인 물량 인도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중동 상황이 안정된 이후, 일본과 동남아시아가 공동으로 석유를 비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 알파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