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4-11-20 08:21:35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맞손을 잡고 폐암 진단 시장 공략에 나섰다.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출시 이후 글로벌 빅파마 본사와 직접 맺은 첫 계약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협약을 통해 AI 진단에서 치료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글로벌 빅파마와 전략적 협업 체결
루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소세포폐암(NSCLC) 대상 AI 기반 디지털 병리 솔루션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양사 협업 핵심은 루닛이 올해 초 개발을 완료한 AI 병리분석 솔루션 '루닛 스코프 지노타입 프리딕터(Lunit SCOPE Genotype Predictor)'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솔루션은 병리 진단 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조직염색 방식인 H&E 슬라이드 이미지만으로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기존 EGFR 변이 탐색은 방대한 양의 조직 샘플에 대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등 분자진단 검사 또는 액체생검을 통해야만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검사는 EGFR 양성 환자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위음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검사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루닛의 AI 솔루션은 기본 조직염색 방식인 H&E 슬라이드 이미지만으로도 EGFR 변이 가능성을 5분 내에 예측할 수 있다. 또 작은 조직에서도 공간분석을 통해 미량 존재하는 EGFR 변이 암 세포를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
백지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2주 정도 걸리던 H&E 염색 슬라이드 분석을 빠르면 몇 분 단위로 단축할 수 있다"며 "이는 제약사의 치료제 처방 환자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5%를 차지하며, 2020년 52만명이었던 환자 수는 2030년 6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동반진단이 치료제 시장 좌우…성장성 무한대"
루닛 스코프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제로 어떤 약물이 투여가 가능하고 잘 맞을지를 제시하는 동반진단 솔루션이다.
동반진단은 제약-진단 사이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진단 자체가 약물의 시장 규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면역항암제가 몇 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까지 약물-동반진단 바이오마커가 개발되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많다.
FDA도 면역항암제 처방시 바이오마커 병행을 권고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서는 4기가 정도의 방대한 면역세포, 조직 영상을 분석해야 한다. 병리학자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루닛의 AI 대용량 이미지 처리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루닛 스코프는 암 조직내 면역세포를 AI가 직접 확인해 면역 항암제 적용 대상자를 선별한다. 자궁경부암, 위암 등 16개의 암종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바이오마커를 찾기 힘든 타 암종에서도 적용될 수 있어 시장 확장성이 무한하다는 평가다.
백지우 연구원은 "동반진단 시장이 흥미로운 점은 제약-진단 사이의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루닛 스코프와 빅파마의 협업을 기다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 볼파라 인수효과에 연구매출까지…실적 반등 신호탄
증권가에서는 루닛의 올해 매출액을 555억원(+121% YoY), 영업적자 626억원으로 전망했다.
볼파라 연결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서 외형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루닛은 올해 5월 볼파라 인수를 통해 매출 안정성을 확보했다. 내년부터는 루닛 인사이트 판매 시너지도 기대된다.
볼파라는 월 30~35억원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는 EBITDA 기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루닛 본사도 인건비 축소 및 판관비 통제 등으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백지우 연구원은 "볼파라는 장기계약 형태의 매출 구조로 루닛의 외형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며 "변동성이 큰 루닛 본사 매출 구조에 안정성을 더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닛 스코프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협업하며 본격적인 연구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백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업이 현재는 연구매출 단계지만, 건당 수익구조가 확정되고 처방을 위해 루닛 스코프가 본격적으로 사용될 시 완전히 다른 밸류에이션 부여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폐암 환자 1인당 평균 7만달러 이상의 타그리소를 구매하고 있다"며 "루닛 스코프가 기존 대비 10%의 환자만 더 찾아내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만큼 검사 건당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외에도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루닛 스코프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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