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확인했습니다" 버튼 하나에…쿠팡이츠, 오배송 책임 라이더에 떠넘기려다 하루 만에 철회?

라이더 전용 앱에 '메뉴 확인' 절차 신설…영수증·음식 대조 후 버튼 눌러야 픽업
밀봉 포장 해체 시 식품위생법 위반 딜레마…거센 반발에 시범 운영 백기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4-30 08:06:09

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라이더가 배달 음식을 수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쿠팡이츠가 배달기사(라이더)에게 픽업 전 주문 메뉴를 검수하도록 하는 기능을 도입했다가 라이더들의 즉각적인 반발과 식품위생법 논란에 하루 만에 시범 운영을 종료했다.

오배송 방지를 내세웠지만, 책임 소재만 라이더에게 옮겨놓은 설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 라이더, 영수증 대조 후 버튼 눌러야 픽업…기존과 달라진 것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 27일 배달 파트너 전용 앱에 '메뉴 확인' 절차를 신설하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에 착수했다.

라이더가 매장에서 음식을 픽업하기 전에 영수증과 실제 음식을 대조한 뒤 '모든 메뉴를 확인했습니다'라는 버튼을 눌러야 하는 구조였다.

기존에는 주문번호와 영수증 확인만으로 픽업이 가능했다. 해당 기능은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뉴 누락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쿠팡이츠는 밝혔다.

메뉴 오배송 분쟁이 빈번해지자 플랫폼이 픽업 단계에서 라이더를 통한 1차 검수 절차를 사실상 의무화한 것이다.

그러나 도입 직후 라이더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라이더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 "포장된 음식을 뜯어 확인하면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결국 지난 28일 쿠팡이츠는 하루 만에 시범 운영을 종료했다.
 

3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앞에서 배달 노동자가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객센터가 확인 여부 물었다"…현장이 증명한 책임 전가

라이더들의 반발이 단순한 불편 호소에 그치지 않은 것은 현장에서 실제 책임 추궁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라이더 커뮤니티에는 "메뉴가 누락된 건과 관련해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와 제대로 확인하고 음식을 픽업했는지 여부를 계속 물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기능이 도입된 지 하루도 안 된 시점에 버튼 클릭 여부가 이미 오배송 분쟁 처리의 기준으로 활용됐다는 의미다.

쿠팡이츠가 "패널티는 없다"고 밝혔지만, 고객센터가 확인 이행 여부를 직접 추궁한 정황은 이 해명과 충돌한다.

한 라이더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배송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음식 수령 시 음료 포함 여부 등 외관상 확인이 가능한 범위에서 확인해줄 것을 권장했고 이와 관련한 패널티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포장 뜯으면 위생법 위반?…민원까지 터진 법적 쟁점

기능의 설계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오염이나 이물질 혼입을 차단하기 위해 포장용기를 철저히 밀봉한다.

라이더가 영수증에 적힌 품목을 온전히 대조하려면 이 밀봉된 포장을 뜯고 음식물을 일일이 확인해야만 한다.

일부 라이더들은 해당 기능이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민신문고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제기했다.

배달 음식의 위생 관리 책임이 법적으로 업주에게 있는 상황에서, 라이더가 밀봉 포장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위생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쿠팡이츠는 "음료 포함 여부 등 외관상 확인이 가능한 범위"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능 설계상 영수증의 모든 품목을 대조하도록 되어 있어 밀봉 포장을 열지 않고는 확인이 불가능한 항목이 필연적으로 생긴다는 게 라이더들의 반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기된 민원의 처리 결과에 따라 법적 쟁점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일부 지역 매장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것이고, 현재는 종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오배송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제도는 결국 얄팍한 책임 전가라는 오명만 남긴 채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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