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5-11 08:08:18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한국 최대 미디어 그룹 CJ ENM이 분기 매출 1조3000억원을 돌파하고도 영업이익은 15억원에 그치며 사실상 수익 기능을 상실했다.
TV 광고 시장의 구조적 붕괴와 플랫폼 전환에 따른 고비용 구조가 동시에 덮치면서 외형 성장이 수익성 잠식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 1조3000억 팔아 15억 남겨…하이닉스 1명 성과급 수준 '굴욕'
11일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에 따르면 CJ ENM 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2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인 25억원을 94.1% 밑도는 15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은 0.1%로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시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DB금융투자는 8일 보고서를 통해 "닉스(SK하이닉스) 1명 성과급이 더 많겠네"라는 이례적인 제목으로 CJ ENM의 초라한 성적표를 직격했다.
역대급 성과급을 받은 반도체 기업 직원 한 명의 수입보다 국내 1위 미디어 기업의 분기 이익이 적다는 비유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광고, 콘텐츠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이라며 방송 광고 시장 위축과 엠넷플러스 초기 투자 비용을 어닝쇼크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 5년 새 절반 된 TV 광고…미디어 본업 뿌리째 흔들린다
수익성 악화의 핵심은 본업인 TV 광고의 가속화된 쇠퇴다.
1분기 TV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역성장했다. 2020년 51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5년 만에 2800억원으로 49% 급락하며 반토막 났다.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매출 3268억원을 기록했으나 TV 광고 감소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티빙의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문 전체가 적자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이상무 CJ ENM 미디어솔루션본부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TV 광고 실적은 1분기보다는 확연히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년 대비 하락폭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이라며 "1분기 올림픽에 이어 6월 월드컵이 예정돼 있어 매출 하락은 1분기와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주의 예산이 퍼포먼스 마케팅과 OTT로 이동하면서 TV 광고 잠식은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 티빙의 성장은 '비싼 대가'…음악 부문 사상 첫 적자 가세
티빙은 가시적인 지표 상승을 보였다. 1분기 가입자 수는 제휴 상품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37.3% 증가했고 광고 매출도 35.3% 늘었다.
그러나 WBC 중계권 비용 등 콘텐츠 상각비 부담이 이어지며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비용 통제에 실패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음악 부문은 분기 기준 사상 첫 영업적자(58억원)를 기록하며 충격을 더했다. 아티스트 이벤트 일정 감소와 엠넷플러스 인프라 투자 확대가 겹친 결과다.
CJ ENM 측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일시적 감소"라고 해명했으나 전 부문에 걸친 수익성 저하는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영화·드라마 부문이 글로벌 OTT 공급 확대로 매출이 44.8% 급증하며 80억원의 흑자를 냈고, 커머스 부문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호조로 239억원의 이익을 거둬 전사 적자를 막아내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
◇ 목표주가 줄하향…2분기 합병 시너지가 유일한 승부수
실적 부진 여파로 DB금융투자는 CJ ENM의 목표주가를 8만30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36.3% 감소한 182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시너지를 유일한 탈출구로 보고 있다.
이상무 본부장은 "티빙 매출이 전년 대비 200% 가까이 성장해 TV 광고 하락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티빙 가입자가 540만명으로 추정된다"며 "광고 매출과 가입자 증가가 맞물려 2분기 손익분기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CJ ENM이 '미디어 공룡'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붕괴하는 TV 광고의 공백을 OTT 수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대체하느냐는 속도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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