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쿠팡, ‘퇴직금 미지급’ 꼼수, 근로자 동의 88%(?)...내부문건 “단절 개념 알리지 말 것”

쿠팡 내부문건 ”이의제기시 개별 대응”…조직적 기망 행위
“고의에 의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

김영택 기자

sitory0103@alphabiz.co.kr | 2025-10-20 00:26:10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문지석 전 부천지청 검사(현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오열하듯 눈물을 훔쳤다.


쿠팡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체불 사건과 관련, 검찰 지휘부의 무혐의 처분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2025년 10월 18일자 노동법도 우습게 아는 쿠팡, '퇴직금 미지급' 논란 사과 없었다 참고기사>

당시 수사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현 광주 고검검사)는 17일 오후 2시 대검찰청 내부 커뮤니티(이프로스)에 “쿠팡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불기소 처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글로 올렸다.  

 

우선 이 사건은 쿠팡에서 근무하는 일용직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 규정 변경으로 퇴직금 지급 기준을 까다롭게 변경함으로서 대상자가 크게 줄어 들도록 만든 사건이다.

애초 지난 2021년 취업규칙에는 근로자의 근로기간이 1년 이상 대상(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근무)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2023년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근무자 기존과 동일하지만, 연속적으로 1년을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다시 말해 1년 중 한달이라도 주 15시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해당월부터 다시 1년이란 기간을 채워야 하는 셈이다.

쿠팡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이며, 대상자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 쿠팡 퇴직금 미지급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다.

앞서 노동부도 쿠팡의 이 같은 취업규칙 개정이 퇴직급여보장법 위반과 관련, 8곳의 법무법인에 위법성 여부를 의뢰했고, 모두 위법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의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알파경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엄희준 검사가 내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쿠팡 일용직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변경된 내용을 명시적으로 공지했고, 일용직 근로자 1만525명 중 9277명의 동의(동의율 88.14%)를 받았으며, 그런 취업 규칙 변경에 대한 노동청의 승인을 받은 사안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즉 쿠팡 사건과 위 대법원 판례 사안과는 근본적으로 사안이 다르므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쿠팡을 기소하자거나, 쿠팡측의 취업규칙 변경은 민사상 무효라는 민사 판단을 검찰 결정문에 넣자고 하는 것은 전혀 법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 제시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특히 쿠팡 일용직 근로자 1만525명 중 9277명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다.

쿠팡 근로자 90% 가량이 퇴직금 지급 기준을 높여 불이익을 당하는 취업규칙 개정에 당사자인 근로자가 동의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 되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과연 쿠팡은 이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벌이지 않았을까? 지난해 9월 노동부 부천지청은 쿠팡 압수수색을 통해 내부 전략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알리지 않고, 이의제기 시 개별 대응한다”고 적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말해 쿠팡은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자세히 고지하지 않고, 문제 제기할 경우 조직적으로 대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의에 의한 것으로 명백하게 ‘불법적 행위’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엄희준 검사의 게시글에도 위법적 취업규칙 절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저 “일응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라며 추측성 의견만 달아놨다.

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쿠팡은 퇴직금 지급을 회피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 고의성과 위법성이 명확하다”면서 “쿠팡 근무환경의 특수성으로 일용직 근로자 퇴직금을 체계적으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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