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6-01 08:14:48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올해 석 달 사이 두 차례 수천억원대 담합 과징금을 맞은 CJ제일제당이 그룹 여성 임직원 330명의 개인정보 외부 유포 사태까지 직면했다.
설탕과 밀가루 담합 전력이 2006년과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운데 수사는 전분당으로 번졌다. 그룹 전반의 내부 통제 공백이 연달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 3개월 새 과징금 2700억원…설탕 이어 밀가루까지 연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일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을 비롯한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6년간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24차례 합의했다며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CJ제일제당에는 이 중 1317억100만원이 부과됐다.
불과 석 달 전인 2월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제당 3사의 설탕 담합에 총 3958억원을 부과했다. CJ제일제당 몫은 1383억원으로 3사 중 가장 많았다.
담합 기간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 2개월이며 관련 매출액은 약 3조2884억원에 달한다.
제분사들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초까지 지급한 보조금 471억원을 수령하는 도중에도 가격 합의를 멈추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를 중대한 가중 요인으로 판단했다. 담합 기간 밀가루 공급가격은 2019년 12월 대비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뛰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분야 담합은 소비자 피해가 매우 큰 만큼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 20년 전 죄목의 반복…전분당까지 번진 담합 리스크
CJ제일제당은 2006년 밀가루 담합과 2007년 설탕 담합으로 각각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20년 만에 같은 죄목이 되풀이됐다.
공정위가 밀가루 사건 결정문에 '전과 있는 사업자의 재범'을 명시한 배경이다. 공정위는 2026년 1월 제분사 7곳과 임직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담합 수사의 범위는 더 넓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달 23일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임직원 20명과 법인 3곳을 전분당 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담합 기간은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년에 걸친다. 검찰은 전분당 담합 규모가 설탕과 밀가루 사건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경쟁사와의 접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분협회를 탈퇴했다"고 밝혔다.
◇ 여성 직원 330명 정보 외부 유출…텔레그램 코인 거래 파장
과징금 사태가 채 가라앉기 전인 18일 CJ그룹 여성 임직원 330명의 이름과 사진 등 개인정보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외부에 유포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피해자의 이름과 직급, 소속 부서, 휴대전화 번호 등 사내 데이터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일상 사진 등 사적 정보가 결합한 형태였다. 피해자 약 330명의 대다수는 20대와 30대 여성이다.
해당 채널은 2023년 개설돼 약 2800명이 참여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폐쇄됐다. 채널 소유권은 텔레그램 채널을 사고파는 플랫폼에서 가상화폐로 두 차례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외부 해킹보다 내부자를 통한 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출 정보 일부가 사내 인트라넷에서 조회 가능한 내용인 점이 주된 근거다.
그룹은 1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사건은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허민회 CJ그룹 경영지원 대표는 18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그룹 일부 임직원의 개인정보가 외부 SNS 채널에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는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사과는 반복 구조는 고착…내부 통제 시스템 도마 위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설탕과 밀가루 담합 관련 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기타충당부채 2401억원을 선반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170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전분당 담합 관련 비용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추가 비용 인식에 따른 올해 수익성 훼손은 불가피하다.
수치보다 무거운 문제는 패턴의 반복이다. CJ제일제당은 담합 적발 시마다 협회 탈퇴와 임직원 접촉 전면 금지 및 준법경영위원회 강화 등 유사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CJ그룹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 및 유출 경로를 조사 중"이라며 "회사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천억원대 과징금 사태에는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재발 방지책을 반복하고, 내부 시스템 붕괴로 빚어진 유출 사고에는 경찰 수사에 책임을 넘기는 형국이다.
20년 만에 사실상 같은 죄목의 담합이 적발되는 기업 환경 속에서, CJ가 내놓은 쇄신 약속은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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