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5-09 08:16:41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방송 활동 중단 선언에도 주가 하락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7일 종가 기준 2.04% 하락한 2만6400원에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8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350원(1.33%) 오른 2만67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상장 첫날 고점(6만4500원)보다 여전히 58% 이상 급락한 수치로, 공모가(3만4000원)보다도 21% 낮은 수준이다.
'뼈를 깎는 각오'라며 내린 방송 중단 결정이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역부족이었음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 겉치레에 그친 '방송 중단' 카드
백종원 대표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인이 아닌 기업인 백종원으로서 저의 모든 열정과 온 힘을 더본코리아의 성장에 집중하겠다"며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올 초부터 이어진 일련의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증시는 이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은 예외'라는 단서 조항이다.
백 대표는 현재 MBC '남극의 셰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 tvN '장사천재 백사장' 시즌3 등 여러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거나 방영을 앞두고 있다.
즉, 당분간 백 대표의 방송 활동은 지속되며, 완전한 경영 전념의 결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이은 악재에 경영 신뢰성 위기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악재는 올해 초 '빽햄 고가 논란'으로 시작됐다.
제품 품질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었다는 비판이 일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어서 2023년 홍성 바비큐 축제에서의 '농약통 주스 살포' 논란, 2024년 11월 생고기 햇빛 방치 및 일반 화물차 운반 논란 등 위생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심각한 것은 원산지 표시 위반과 농지법 위반 의혹이다. 연이어 더본코리아 소속 부장이 여성 지원자를 면접을 가장해 술자리에 불러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는 채용 갑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더본코리아의 '덮죽' 제품 광고에 표시된 '국내산 다시마, 새우, 멸치를 사용', '통통한 자연산 새우' 등의 문구가 실제 제품(베트남산 양식 새우 사용)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악재에 대응해 백 대표는 세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가맹점을 위한 지원책으로 로열티 3개월 면제 등 50억원 규모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는 당장의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하방 압력 가중시키는 보호예수 해제와 오버행
더본코리아 주가 하락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보호예수 물량의 해제다.
상장 당시 보호예수 물량은 전체 발행 주식의 33.02%에 달하는 486만5835주로, 6개월이 지난 5월 초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매도 압력이 커졌다.
또한 상장 전인 2022년 임직원에게 부여했던 스톡옵션의 의무보유 기간도 종료됐다.
현재 행사되지 않은 스톡옵션은 85만4860주로 발행 주식 수의 5.8%에 달한다. 이러한 잠재적 매도 물량(오버행)은 주가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더본코리아가 기업공개(IPO) 당시 약속했던 기업 인수·합병(M&A) 등 외부 투자 성과도 미진했다.
더본코리아는 IPO를 통해 102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중 935억원(90% 이상)을 M&A에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장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M&A 성과가 없었고, 이달 초 노랑통닭 인수설이 나왔으나 더본코리아 스스로 인수 의사를 접었다.
◇ '빽다방 원툴' 사업 구조도 문제
더본코리아는 소속 브랜드가 25개에 달하지만, 전체 가맹점 가운데 커피 브랜드인 빽다방의 비중이 56%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구조가 불균형하다.
사실상 '빽다방 원툴'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외주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더본코리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총자산 약 3500억원 중 3분의 2가 현금성 자산인 반면, 미래 수익을 창출할 유형자산은 상대적으로 적은 구조다.
기업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활동성과 성장성 측면에서는 불리한 구조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가맹점의 성공과 브랜드 평판이다. 연이은 논란으로 평판이 저하되고 가맹점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백종원이라는 개인 이미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빽다방'이 신제품 '쫀득 고구마빵'을 홍보하면서도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오인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제품의 기본적인 신뢰도마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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