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은행 배만 불리는 '예대금리차 확대'…금융당국은 수수방관

하나은행 예대금리차 2년 7개월만 최대
기준금리 인하해도 '나 몰라라'
'가계부채 관리' 핑계 뒤에 숨은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5-04-21 08:21:44

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기준금리 예금금리는 곤두박질치는 반면 대출금리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

정작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 아래 이를 방관하는 모양새다.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금융소비자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불균형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 하나 은행 예대금리차 2년 7개월만 최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를 의미하는 예대금리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2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2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1.47%포인트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이 1.47%포인트로 가장 높았고, 신한·하나은행이 각각 1.40%포인트, KB국민은행은 1.33%포인트, 우리은행은 1.30%포인트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22년 7월 관련 통계 공개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이들 5대 시중은행은 작년 8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예대금리차를 확대해왔다.

지방은행의 현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전북은행은 무려 8.50%포인트라는 비정상적인 예대금리차를 기록했다.

이는 부산은행(1.32%포인트)의 6.4배, 5대 시중은행 평균보다 5.8배나 높은 수준이다. 제주은행(2.41%포인트), 한국씨티은행(2.36%포인트), 광주은행(2.18%포인트) 등도 2%포인트를 웃도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기준금리 인하해도 '나 몰라라'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3.00%→2.75%)했지만, 그 혜택은 오로지 은행들만 누리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468~5.31%에서 3.36~5.08%로 고작 0.1%포인트 미만 하락했다. 반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95~3.0%에서 2.60~2.70%로 0.3~0.35%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일반적인 금리 하락기의 시장 원리와 완전히 배치된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하락해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대출금리 하락 속도의 3배나 빠르게 낮추며 수익성 방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행태는 은행들의 이익 극대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 이자이익의 약 40%가 예대금리차에서 발생한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17조6197억원(증권사 추정치 평균)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16조5268억원)보다 6.6% 증가한 규모다.

은행 직원들의 호화로운 처우도 도마 위에 올랐다. 4대 은행 직원의 작년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40만원으로 전년(1억1628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희망퇴직금은 최대 7억원대에 달했다.
 

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 '가계부채 관리' 핑계 뒤에 숨은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

금융당국은 이런 불균형적 금리 조정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인 3.8%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무리한 대출 증가로 인한 피해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1분기 자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초과하는 금융회사에는 개별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초과 원인을 점검하고 관리계획 준수 등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이러한 압박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출 수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6일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가계부채 관리와 대출금리 정상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금융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4월 기준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4.07~5.59%)와 예금 최고금리(2.70%)의 격차는 1.37~2.89%포인트에 달한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인해 대출 갈아타기마저 어려워져 사실상 '금리 감옥'에 갇힌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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