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효 선임기자
kei1000@alphabiz.co.kr | 2026-06-09 15:25:24
[알파경제=김종효 선임기자] 원·달러 환율이 1560원대를 위협하며 대한민국 경제에 거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1560원이라는 숫자는 과거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 경제의 근간이 흔들렸던 시기에나 볼 수 있었던 상징적인 공포 수치다.
글로벌 '슈퍼 강달러' 현상과 맞물려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중고를 뜻하는 초대형 복합 위기의 한가운데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단순한 대외 변수를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시그널이라고 경고한다.
◇ 수입 물가 폭등과 짓눌린 내수 경제
환율 1560원 시대가 던지는 1차적 충격은 단연 '물가'다.
에너지와 식량 등 주요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고환율은 곧장 수입 물가 폭등으로 이어진다.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치솟은 환율이 모두 상쇄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과 공공요금 등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려 서민의 실질 소득을 급감시킨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 속에서 가계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내수 침체와 자영업자들의 연쇄 위기로 직결되며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 무너진 '고환율=수출 호재' 공식
과거에는 고환율이 국내 수출 기업의 달러 환산 가격을 낮춰 주어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의 공식이 달라졌다.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 산업조차 핵심 중간재나 원자재를 해외에서 달러로 수입해 가공하는 비중이 크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수출 증대 효과를 크게 상쇄한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반적인 수요마저 줄어 기업들은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외화 빚이 많은 항공과 해운, 정유 업계 등은 천문학적인 환차손을 떠안아야 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 통화당국의 딜레마…1900조 가계부채 뇌관 속 '진퇴양난'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셈법은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환율을 방어하고 외국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교과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1900조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한국은행의 발목을 굳건히 잡고 있다.
환율을 잡자고 금리를 올렸다가는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과 한계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는 등 실물 경제가 붕괴할 위험이 크다.
반대로 내수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인해 원화 가치 추락에 기름을 부어 자금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
그야말로 옴달싹달싹 못 하는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 있다.
달러를 풀며 방어하는 외환당국의 단기적 미세조정만으로는 거대한 파도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우기훈 전 코트라 부사장 겸 기술혁신과 무역포럼 회장은 "이제는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가적 차원의 비상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야 할 때"라며 "수출 주력 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와 수입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노동·규제 개혁을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등 뼈를 깎는 체질 개선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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