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할인인 줄 알았더니…쿠팡, '와우 회원가' 기만 광고로 과징금 5억

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6-09 14:15:53

쿠팡.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한 차례만 쓸 수 있는 쿠폰 할인가를 회원이면 언제든 누릴 수 있는 상시 혜택인 것처럼 광고한 쿠팡이 당국으로부터 정액 기준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기만적 표시·광고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현행 표시광고법이 정한 정액 과징금 상한선에 해당한다.

문제가 된 광고는 2020년 8월 26일부터 2022년 5월 15일까지 노출됐다. 쿠팡은 '와우회원가'가 일반 판매가보다 싸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 가격이 와우 멤버십 가입 시 지급되는 일회성 쿠폰을 반영한 것이라는 핵심 정보는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쿠팡이 와우회원가 광고를 처음 도입한 시점은 2020년 3월이다. 초기에는 회원에게 상시 적용되는 가격을 와우회원가로 표기하고 일회성 쿠폰은 별도로 안내했다.

이후 같은 해 7월부터 약 한 달간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상시가로 안내한 경우와 일회성 쿠폰 할인까지 더한 경우의 구매 전환율을 견줘본 것이다.

실험을 거친 뒤 쿠팡은 그해 8월 26일부터 일회성 쿠폰이 반영된 가격을 와우회원가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와우회원가로 0000원 할인', '로켓와우로 할인받기', '회원전용 특가' 등의 문구를 통해 회원이 되면 일반가보다 늘 싸게 살 수 있는 별도 가격 체계가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실제로는 멤버십 가입 시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쿠폰이 붙은 가격이어서, 소비자가 같은 와우회원가로 같은 상품을 거듭 살 수는 없었다. 쿠팡은 와우회원가와 일회성 쿠폰인 '와우전용 할인쿠폰'을 마치 서로 무관한 것처럼 표기해 소비자가 둘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광고가 와우회원가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도록 해 유료 멤버십 가입을 부추기고 합리적 구매 판단을 가로막았다고 보고, 표시광고법상 기만적 표시·광고로 결론 내렸다.

특히 위법성이 무겁다고 판단해 정액 과징금 최고액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락인(lock-in) 효과를 노려 기만적 광고를 펼친 점, 회원 전용 할인가의 존재가 가입 결정에 중요한 정보임에도 이를 감춘 점, 광고가 1년 8개월 넘게 이어진 점, 광고 종료 후 회원 수가 크게 불어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광고에 이끌려 가입한 회원의 회비를 따로 추려내기 어려워 관련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만큼 정률이 아닌 정액 과징금을 매겼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간 쿠폰 할인이 시행된 횟수는 230만회가량으로 집계됐다. 와우 회원 수는 2020년 8월 483만명에서 2022년 5월 937만명으로 450만명 넘게 늘었다.

와우회원가 광고가 시작된 2020년은 온라인 쇼핑 경쟁이 격화하고 유료 멤버십 시장도 본격적으로 커지던 때였다.

당시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8.6%, 쿠팡 13.7%, 이베이 12.4%, 11번가 6.2% 순이었다. 유료 멤버십에 한 번 가입하면 재구매 성향이 높아지는 락인 효과 탓에 초기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쇼핑몰의 경우 일회성 쿠폰이 적용된 가격을 표시할 때 쿠폰 적용가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희 공정위 표시광고감시팀장은 "이번 조치는 온라인 쇼핑몰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와 연계된 가격 할인 혜택 광고를 제재한 첫 사례"라며 "유료 멤버십 서비스의 할인 적용 조건과 범위를 소비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고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사건의 복잡성도 거론했다. 그는 "복잡한 할인가격 체계를 파악해서 와우회원가 광고의 기만성을 밝히는 데 노력을 많이 들였다"며 2025년에도 여덟 차례 자료제출명령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행 과징금 상한이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견줘 지나치게 낮다며 표시광고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액 과징금 상한은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정률 과징금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에서 1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확산으로 부당 광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늘고 있으나 과징금 상한이 너무 낮아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4년 전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전 이미 자발적으로 시정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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