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숙 기자
parkns@alphabiz.co.kr | 2026-06-09 08:00:23
[알파경제 = 박남숙 기자] 코스피가 순식간에 8000선을 이탈하며 극심한 조정 장세를 보였다.
지난 8일, 정규장 개시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에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은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닌, 상승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 욕구가 확대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 美 고용 서프라이즈와 AI 수익성 우려로 반도체주 중심 하락
삼성증권은 하락 배경으로 미국의 5월 고용 지표 서프라이즈으로 인한 금리 인상 우려라고 꼽았다.
미국의 5월 비농업 고용은 17만 2000건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 8만 8000건을 크게 상회했다. 3, 4월 수치도 도합 9만 3000건 상향 조정됐다.
견조한 미국 고용 상황에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4.5%를 돌파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이번 고용 지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단일 고용 지표만으로 연준이 실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실적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익성 우려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지난주 브로드컴은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전망이 컨센서스를 하회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매도세를 촉발했다. 여기에 알파벳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메타도 유상증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지출 부담과 수익화 시점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수급 관련 우려도 증시에 하락 압력을 더했다.
조아인 연구원은 "최근의 증시 강세 과정에서 신용 잔고 증가와 레버리지 포지션 확대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며 "아울러 달러/원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추가적인 외국인 수급 이탈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번 주 금요일 스페이스X IPO를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의 자금 확보 수요가 주도주의 차익 실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도 증시 급락 원인으로 미국의 고용 보고서와 그간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익실현 매물 출회라고 보고 있다.
◇ 과열 포지션 정상화..투매 자제
다만, 투매는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AI 반도체 업황의 훼손보다는 과열된 포지셔닝이 정상화되는 과정에 가깝다"며 "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하락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이번 주 미국 5월 CPI 발표(6월10일)와 한국 선물·옵션 동시 만기(6월11일), 스페이스X 상장(6월12일) 등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집중되어 있는 만큼 급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기 보다는 단기 변동성 국면을 활용한 AI 주도주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이 적절하다는 조언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노이즈는 단기적"이라며 "그간 많이 올랐기에 차익실현의 명분이 필요할 뿐"이라고 해석했다.
SO-CAMM 용량 하향 조정은 메모리 수요 둔화가 아니라 제한된 D램 공급으로 인한 것으로 엔비디아 공급 총량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일일 코스피 지수가 8% 이상 하락했던 것은 총 7차례다.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시스템 리스크가 실물 경기 침체로 확산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크게 반등했다.
급락일 이후 10일, 30일, 90일 평균 수익률은 각각 5.5%, 6.5%, 15.3%. 현재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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