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현 기자
wtcloud83@alphabiz.co.kr | 2026-06-09 08:18:15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부터 사고 공정의 환기설비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회사는 폭발 사고 직전에야 대형 환기시설 도입 협의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근로자들의 명확한 경고가 나온 지 9개월간 핵심 안전설비 도입은 행정 절차에만 머물렀고, 그사이 근로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사 당국은 손재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경영진을 향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 방재설비 전무한 세척공실…소화기 1대가 전부
지난 1일 오전 10시 59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현장 합동감식 결과 폭발 지점인 56동 세척공실에는 20㎏ 대형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었다.
내부 폐쇄회로(CCTV)와 스프링클러, 대단위 환기시설 등 기본 방재 및 모니터링 설비는 전무했다.
사고 공정은 점성 물질인 로켓용 고체 추진제를 용기에 주입한 뒤 닦아내는 작업이다.
폭발 위험과 유해가스가 상존함에도 유해가스와 증기를 배출하는 국소배기장치 등 대형 환기시설은 제때 마련되지 않았다.
◇ 노조 9개월 전 경고에도…사고 직전에야 늑장 협의
노조 측은 지난해 9월부터 사업장 안전 개선을 위해 국소배기장치 교체와 용량 확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후 언론브리핑에서 "지난달에야 대형 환기 시설 구매 방법을 정해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위험을 지적한 2025년 9월과 회사가 구매 방법을 확정한 2026년 5월 사이 약 9개월의 간극이 발생한 것이다.
사측은 사고 초기 세척 공정이 화학제품과 물을 함께 사용해 화재나 폭발 위험이 낮다고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2018년과 2019년도 사고 이후 큰 비용 들여 해당 공정을 자동화 시켰었다"며 "오늘 사고 공정은 당초 위험에 대해 크지 않다고 인지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 같은 설명에 반발했다.
허록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위원장은 특별히 "어디가 위험하다, 덜 위험하다는 것은 없다. 다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 대표이사 입건·출국금지…전방위 강제수사 돌입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8년 5월 충전공실에서 5명이 숨졌고, 2019년 2월 70동 이형공실 폭발로 3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까지 단일 사업장 누적 사망자는 13명에 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반복 사고의 원인을 두고 "타성과 관성에 젖어 수십년 된 기존의 작업 방식을 버리지 못했던 게 사고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은 경영진의 책임 소재 규명에 착수했다.
8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2026년 6월 8일자 [분석] ‘7명 사상’ 한화에어로 손재일 대표 입건…방패막 통할까 참고기사>
이번 사고로 총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경찰의 책임 규명 작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은 같은 날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가 사업장장은 노동 당국으로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도 이미 입건된 상태다.
특히 경찰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가 사업장장을 포함한 회사 관계자 3명에 대해 즉각적인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사전담팀은 현재까지 회사 관계자 7명과 유족 5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확보된 압수물 분석과 진술을 바탕으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노조의 경고를 묵살하고 안전설비 도입을 9개월이나 지연시킨 최종 책임이 결국 누구에게 향할지는 경찰과 노동 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 결과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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