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소연 특파원
wsy0327@alphabiz.co.kr | 2026-06-09 08:26:25
[알파경제=(고베)우소연 특파원] 일본 자민당이 일본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을 놓고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제언을 정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이 9일 전했다.
미중이 AI 경쟁에서 앞서가는 상황을 감안할 때, 모든 분야에서 “순국산”을 목표로 삼는 기존 전략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일본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과 의료 현장, 그리고 로봇과 자동차 제어에 쓰이는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12월 인공지능 기본 계획을 세우고, 2026년 여름 이를 개정할 방침이다. 이번 제언은 자민당 디지털 사회 추진 본부 산하 AI·Web3 소위원회가 마련했으며, 평장명 위원장이 이를 이끌었다.
제언은 AI 전 분야를 국산화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전략적이지 않다고 적시했다. AI는 계산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 등 여러 기술을 묶어야 작동하지만, 핵심은 기반 모델의 확보와 활용에 있다고 봤다. 오픈AI의 챗GPT처럼 대규모 데이터를 사전 학습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기반 모델이 대표적이다.
일본정부 안에서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일본판 ChatGPT”에 해당하는 국산 대규모 기반 모델을 정부 예산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경제안보 측면에서 일본 안에서 기반 모델을 생산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현행 인공지능 기본 계획 역시 신뢰할 수 있는 AI 기반 모델의 개발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내부에서는 경제산업성 방침에 대한 의문이 컸다. 2025년 10월 추진본부 회의에서 경제산업성이 정부 예산으로 기반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설명했을 때, 참석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제한된 정책 자원으로 이미 앞서 있는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해당 부처는 목표를 철회했다.
기반 모델의 성능은 계산량과 데이터 양에 크게 좌우된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성능이 향상되지만, 그만큼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현재 AI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미국 구글의 제미니와 중국의 신흥 기업 딥시크가 공개될 때마다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일본 기업들도 기반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뒤늦게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AI 투자 규모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내각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AI 관련 민관 투자는 미국이 약 3,290억 달러, 중국이 1,33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은 100억 달러에 그쳤다.
자민당 제언은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고, 국가가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AI 주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국에서 무엇을 공급하고, 동맹국으로부터 무엇을 보완할지 전략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동시에 로봇과 자동차를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피지컬 AI’ 개발에 힘을 싣고, 제조업·의료·인프라처럼 현장 활용도가 높은 영역 특화형 AI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은 자동차 생산 현장을 비롯한 제조업 분야에서 축적된 산업용 데이터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제언은 다른 나라가 개발한 기반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에 일본의 데이터를 결합하면 독자적인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평장명 위원장도 5월 BS 텔레동 프로그램 ‘NIKKEI 일요일 살롱’에서 기계와 로봇을 자율적으로 구동·제어하는 피지컬 AI와 특정 산업·업무에 특화된 수직 AI에 활로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등 많은 디지털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디지털 적자는 2023년 5조 엔까지 확대됐다. 자민당 제언은 해외 기업의 기반 모델을 활용할 경우 AI 분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자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제언은 산업 분야에서 승리할 수 있는 AI 국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 설계를 병행해야 하며, 일본이 AI를 통해 전략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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